마지막 완충 장치의 파괴
정확히 오전 10시, 기준 팀장은 ‘창의 부화팀’ 사무실에 창의적 최적화 프로토콜을 적용하겠다는 명령을 통보하고 그곳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에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압도적인 확신이 실려 있었다.
시스템 최적화 2단계가 완료된 지금, 전체 생산성은 178% 향상되었고,
그는 이제 목표치인 200%를 무난하게 넘길 것임을 알았다.
그의 철학, 즉 오직 숫자로 증명된 효율성만이 진정한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신념은
절대적인 진리로 확고해졌다.
그는 자신이 이 거대한 유기체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시스템 외과 의사라고 믿었으며,
감상이나 동정은 수술의 성공률을 떨어뜨릴 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기준이 완벽한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가게 만든 최적화된 부서들은 멈출 줄 모르는 속도로 가속했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과업들이 다른 부서로 전달되면서,
기준의 설계가 예상하지 못한 과도한 압력과 열기가 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기준의 지시 아래, 모든 직원에게는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디지털 대시보드가 할당되어 있었다.
직원들은 퇴근길 로비에서 정해진 라인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서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할당된 목표를 완수한' 자들의 기계적인 만족감이 비쳤다.
그러나 시스템이 만들어낸 과부하는 더 이상 인간적인 인내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기준은 감정을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노이즈이자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취급했지만,
이제 시스템 자체의 가속이 치명적인 오류를 낳았다.
기계처럼 일하던 직원들이 하나둘 번아웃으로 쓰러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시스템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었다.
기준은 이 현상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았다.
그의 눈에 사람들은 인격체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가진 노드일 뿐이었으며,
그는 직원들의 고통을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다.
냉철한 이성과 데이터만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기준에게,
숫자는 비명을 기록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믿으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기준의 메스가 마지막으로 향했던 ‘창의 부화팀’은
기준에게 시스템 전체의 속도를 갉아먹는 바이러스이자 비효율적인 종양으로 간주되었다.
유일하게 사람의 형상을 온전히 갖춘 박하준 팀장은 기준에게
"너무 모든 걸... 베어내려고만 하진 마십시오. 때로는 기다려주는 게..."
라고 조언했지만, 기준은 이를 비논리적 변명으로 치부하고 명령을 통보했다.
하지만 기준은 깨닫지 못했다.
그가 최적화시킨 모든 부서가 뿜어낸 과도한 압력과 열기가 깔때기처럼 쏟아져 들어올 마지막 배출구가 바로 이곳이었다는 것을.
그들이 액체처럼 흐물흐물한 상태로 책상에 퍼져 있었던 것은,
그들의 나태함이라 믿었던 ‘흐물거림’이 사실 시스템 전체의 과부하를 막아주던 마지막 완충 장치였기 때문이다.
기준이 명령을 내린 뒤, 따뜻했던 인큐베이터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고,
성공이라는 이름의 가속 페달은, 이제 그 무엇도 멈출 수 없는 속도로 그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과도한 열기가 마지막 완충지대로 집중되면서,
하얗게 굳어버린 비명이 터져 나오기 직전의, 지독할 정도로 고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기준은 자신이 개척한 추월차선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가장 효율적인 학살을 향해 시스템을 몰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