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행복할 자격이 없어
조회 전, 조용한 교실.
책상 위 달력을 들여다보는 아이가 있다.
펜 색깔을 달리해 계획표를 그려 넣고 있다.
월요일은 수학, 화요일은 영어, 수요일은 과학.
과목별 진도를 나누고, 하루 분량을 정리하고,
빈틈없이 채워나간다.
그 옆자리 아이는 자고 있다.
고개가 한쪽으로 꺾여 있고, 입은 조금 벌어져 있다.
담요를 덮은 것도 아닌데 깊게 잠든 듯했다.
수업종이 울려도 깰 기미가 없다.
선생님이 깨운다. “야, 일어나야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지만, 다시 고개를 숙인다.
옆자리에서 계획표를 만들던 아이는 그 모습을 빤히 본다.
한참을 보다가, 작게 욕을 내뱉는다.
“아 진짜 ㅆㅂ…”
그리고 수업이 시작된다.
그날의 할 일을 해내야 한다.
정리된 계획대로 문제집을 펴고, 연습장을 준비하고,
어제 정리해 둔 개념을 떠올린다.
잊었으면 다시 외운다.
계속 머릿속에 쑤셔 넣는다.
힘들다.
즐겁지 않다.
짜증도 나고, 눈물이 날 만큼 지치기도 한다.
근데 옆자리 애가 해맑게 웃는다.
쉬는 시간에 웃는다.
누구랑 장난도 치고, 간식도 나눠 먹고,
잘 웃는다.
그 모습을 본다.
그리고 다시 욕이 튀어나온다.
“쟤는 공부 1도 안 하는데 왜 저렇게 행복하냐고…”
그 아이는 억울하다.
자기가 포기한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드라마도 안 보고,
게임도 지웠고,
밤늦게까지 문제만 풀었다.
매일매일 자신을 쥐어짜며 살아왔다.
그러니 생각하게 된다.
‘나처럼 노력하지 않는 애는… 행복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이게 공정한 거 맞아?’
‘나만 바보 되는 거 아냐?’
그런 마음이 쌓이면,
어느 순간 차별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노력하지 않았으면,
대접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쟤는 맞을 짓 했잖아.”
“베짱이처럼 살았으면 베짱이 대접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