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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겔 Mar 21. 2020

그냥 써본 친구 이야기

S와 H에 대하여

S에 대하여


S는 중학교 때 알기 시작했다. 방과후교실에서 친했던 같은 반 친구의 친구여서 친해졌는지, S도 그 수업을 들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말은 S가 먼저 걸어주었던 것 같다. 유독 붙임성이 좋고 인사성이 밝은 아이였으니까. 뭐 연원이야 어쨌든 그시절에는 많이들 그렇게 친해지지 않는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머리카락 사이에 꽂혀있던 나뭇잎처럼.


S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을 못들어봤다. 많은 사람들이 S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S가 나무같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의 그늘을 내미는데 거리낌이 없고 가끔은 열매도 내어준다. 기억을 반추해보면 도움주기를 거리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S에게 불편한 감정을 가진적이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S가 바보는 아니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다. 인간관계의 손익을 잰다는 의미는 아니다. 본인의 삶을 꾸려가고 본인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한 합리와 계산이다. 철저한 계산 속에 S는 첫번째 대학교를 갔고, 장교로 군복무를 하면서는 두번째 대학교에 합격했다. 해야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해도 됨직한 일들에 대해 고민하고 판단하는 모습은 삶에 대책이 있어 보인다. 친구관계에서 재밌는 점들도 있는게, 도착시간이나 떠나야 할 시간을 계산해서 움직이거나 요금 정산 등을 계산하는 일에도 재능이 있다. 아직도 기억나는 멘트가 있다. 같이 부산에 놀러갔을 때의 일이다.

"부산 택시는 000원씩 오르네?"

"무슨 말이야?"

"서울에서는 할증요금이 000원씩 오르는데, 부산은 0000원인걸 보니까 000원씩 오른걸 알 수 있어"

내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다면, 부산 여행 중 S의 눈이 가장 반짝였던 순간이다.


개인적으로 S는 참 존재감이 큰 친구이다. 존재감만으로는 친구들 중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생 때는 S와 함께 동네 양아치들에게 삥을 뜯겼고, 스무살의 나에게 S는 반수를 권했다. 결국 난 수능을 두 번 봤고, 다니던 학교에 복학했다. 그리고 군대, S와 나는 같은 자대를 다른 신분 다른 시간으로 공유했다. 심지어 S가 장교로 복무할 때 내가 동원훈련을 갔다. 나의 취준이 끝난 날, 나는 S와 술을 마셨다. S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내 합격소식을 며칠간 올려두었다. S는 내게도 나무다. 큰 나무.




H에 대하여

H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S와 티격태격 거리면서 붙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H와도 처음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H와 동아리 생활을 같이 하게 되었다. 그걸 계기로 조금 더 가까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언젠가부터 H의 집에서 자주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다. H가 군대에 가기전까지는 시도때도 없이 그랬던 것 같다. H의 부모님 품성이 온화하셔서 천둥벌거숭이같은 놈들이 친구 집에 얹혀살듯이 해도 꾸지람하지 않으셨다. 적당히라는게 있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민망한 일이다. 물론 H가 독립한 지금도 자주 방문하는데, 죄책감이 덜어져서 참 좋다.


H에게 있어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건 H의 직업정신이다. H는 학생 가르치는 일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선생이 아니다. 젊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H는 본인의 업과 직무에 대한 고민이 끝이 없어 보인다. 수업자료 연구에 늘 매진해있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하나하나의 장단과 필요한 점들을 찾기위해 자발적으로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는다. 방학시즌을 제외하고는 저녁시간에 퇴근하는 H를 본적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H는 학생들을 사랑한다. 한 번은 수학여행 때 학생들 사진을 찍어주고 이를 정리해서 보여주는데, 한명 한명 애정을 듬뿍담아 소개해줬다. 꼭 소개해달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눈빛에서 애정이 묻어나길래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또,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괜히 행복해졌다.


H는 나와는 많이 다르다. 나는 시키지 않아도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알아서 줄줄 꺼내는 성격이다. 좋은 일도 없는 일도 티내기 좋아한다. H는 반대이다. 감추려고 감추는건 아닌데, 그다지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참기도 잘 참고 내색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동안 멀어진 적도 있다. 속사정을 모르니 함부로 오해하게 되었고 그 탓에 연락도 줄었다. 그러다가 나도 마침 직장을 얻었고, H도 정교사로 임용되었다. 정교사 임용 이후 H는 마음을 다잡고 큰 결심을 하고 고맙게도 먼저 연락을 줬다. 거의 3, 4년 만에 제대로 된 대화를 얼굴 마주보고 나누는 것이었는데 세월이 느껴졌다. H의 세월을 맥주 한 잔에 같이 씻었다.




친구들에 대한 생각을 끄집어 내고 이걸 글로 쓰자니 너무 힘들다.

친구들과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넘기고 싶어 도저히 참기 힘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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