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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겔 Jan 06. 2020

No es solo un número.

바르셀로나와 난민

'No es solo un número.'


'이것은 단지 숫자가 아니다.'

내가 바르셀로나를 기억하는 여러가지 방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의 문장이다. 이 문장은 바르셀로네타 해변에서 발견한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여러가지 이유로 피신처를 찾는 난민들을 배척하지 않고 언제나 받아들이겠다는 글이었다. 수많은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고자 했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 지중해를 건넌 난민들, 지중해를 건너지 못하고 잠들어버린 난민들, 그들이 몇 명인지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들이 안식처를 필요로 하는 우리와 같은 이들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바르셀로나가 왜 난민들의 피신처를 자처하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감히 추측하건대, 일종의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카탈루냐의 역사와 현재가 그 배경이 되지는 않았을까.


바르셀로나는 갈 곳 없는 자들의 도시였다.


바르셀로나는 내가 방문했던 2018년 초까지만 해도 독립시위의 흔적이 다분했다. 2017년 카탈루냐 지방정부의 분리독립이 강하게 주장되었던 곳이었기에 2018년 초 도시 곳곳에 독립을 열망하는 목소리가 아직 메아리치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노란리본과 함께 'Llibertat presos polítics'(정치사범에게 자유를)라는 구호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인들에게도 피난처가 필요했다. 그들은 집과 땅이 있음에도 자신들의 온전한 집과 땅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카탈루냐로서 존재하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특별히 더 잘 사는 것도, 특별히 더 마음이 넓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존재를 가련히 여겼던 것이다. 서로가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었던 마음, 그 뿐이다. 바르셀로나가 난민을 품는 마음은 거기에서 엿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은 아름다웠다. 햇볕 쨍쨍한 날씨에 푸른 바다도 좋았지만 문장이 내뿜는 빛이 강렬했다. 문장이 내포한 아름다움이 해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세계 곳곳에 난민 혐오가 팽배하고 있는 시점에서, 바르셀로나인들이 적어내려간 연대의 문장은 충분히 묵직하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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