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첫 등교
첫 출근,
첫 여행
첫 이사
........
처음 새로운 것들과 접한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내 첫 번째 개인전도 그랬다.
1995년 가을의 꼬리인 11월 하순 인사동 K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간간이 그룹전은 참여했지만 개인전은 선뜻 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한 선배는 말했다.
완벽한 전시는 없어. 만족한 작품이 제작되면 전시를 하지 생각했다가는 평생 열지 못할 수도 있어, 개인전을 자주 가져야 해. 나라는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야 작품을 열심히 하게 되고 발전해 나가는 거니까.
그 선배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어 첫 개인전을 가지게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 준다는 것은 마음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공존했다.
전시회를 오픈한 그다음 날이었다. 문을 닫을 무렵 40대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작품을 한점 한점 평가라도 하듯이 꼼꼼히 훑어보면서 무슨 말인가를 열심히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나에게로 다가와 자신들은 E 회사 문화 사업부 소속 책임자라고 신분을 밝히고 전시된 그림을 전부 사겠다고 했다.
??????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인기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럭저럭 나가는 중견작가도 아니며 개인전 이라고는 난생처음인 올챙이에게 이 런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놀란 나머지 얼이 빠져 나는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전시회가 끝나는 날 작품을 모두 운반해갔고 작품값을 통장에 입금시켜 주었다.
살아오면서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아주 사사로운 것에서부터 거짓말처럼 믿을 수 없는 일까지.
이 사건은 내 생애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들은 내 전시회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규모가 큰 미술관도 아니고, 인지도 있는 곳도 아니며, 조그만 대관 갤러리인데.
그들은 왜 헤일 수 없이 많은 화가들의 훌륭한 그림을 제쳐놓고, 풋내 나는 어설픈 그림에 관심을 가져 준 것 일까?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 신이 그들을 보내준 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