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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Oct 18. 2022

인사동에 가면......


인사동에 가면 자주 들리는 음식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에 음식도 꽤 맛이 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벽에 그림도 군데군데 걸려있어 분위기도 다른 음식점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림들은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이 아니지만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이라서 마음에 든다. 아마도 주인이 전시회에 다니면서  무명작가의 작품을 매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음식점을 드나들기 시작한 지가 7년이 넘었다. 자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종업원들과도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동안 종업원들이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이 채워지곤 했지만, 7년 동안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50대의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바람에도 날릴 것 같은 왜소한 분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유난히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 식사 중에도 수시로 다가와서 테이블을 훑어보고는 부족할 것 같은 반찬이 있으면 보충해 주었고, 정식이 아닌 국수나 탕류 같은 단품을 먹어도 정성스레 후식을 가져다주었다.


언제부터인지 서비스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가도 가족과 가도 여러 명이 가도 단출하게 가도 서비스 음식을 잊지 않고 내놓았다. 서비스라야 군만두나 부침개 같은 것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신경 써준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았다.  

친구나 지인과의 모임이 있어 예약을 하면 조용한 방을 마련해 주었으며, 수저와 개인 접시를 놓는 깔판에는 내 이름과 방문을 환영한다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이 프린트되어 있곤 했다. 하찮은 배려일 수도 있으나 당사자인 나 자신은 특별 대우를 받는 것 같았다.


몇 년 전 인사 아트 센터에서 개인전을 할 때의 일이다. 오프닝 때 다과와 간단한 식사 대용 음식을 담아놓을 그릇들이 필요했다.
일회용 그릇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손님들을 홀대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거운 그릇들을 멀리 떨어진 집에서 가져다가 사용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때 그릇을 선뜻 빌려 준 것도 그 아주머니였다. 세련되고 값나가는 도자기 그릇들이었다.


얼마 전 음식점을 찾은 나는 달라진 분위기에 의아해했다. 개량 한복을 입고 일하던 종업원들의 유니폼이 심플한 정장 차림으로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종업원들도 전부 새로운 얼굴이었다.

그 친절한 아주머니도 보이지 않았다.

매니저한테 그 아주머니에 대해서 알아보니, 손자를 보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나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허전했다. 서운하기도 했다.

그 음식점을 찾으면 언제까지나 친절한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아주머니의 훈훈한 정을 언제까지나 느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 아주머니가 없는 음식점은 내가 즐겨 찾던 곳이 아니라 처음 방문한 곳처럼 서먹서먹했다. 더 젊어지고 세련된 유니폼의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서빙을 하고 있었지만, 감정 없는 마네킹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음식 맛도 그전 같지가 않았다.

아마도 그동안 그곳에서 느꼈던  음식 맛은 아주머니의 친절함과 정이 만들어낸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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