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이야기

by 김정준







우리 곁에 그림자처럼 머물며, 오직 사랑과 충정만을 내어주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이다. 특히 오랫동안 함께 삶을 공유해 온 반려견에 대한 사랑은 인간관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한 사람은 묘비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남겼다.


사람에게는 수없이 실망을 했지만 너에게서는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며 -.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삶의 여정에서 겪었을 인간관계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건 없는 사랑으로 감싸 안아준 반려견에 대한 깊은 감사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항상 한결같이 곁을 지키며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를 바라봐 주는 반려 견에서 비로소 진정한 위로를 얻게 되는지도 모른다.


해외에서는 견주가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식이 아닌 기르던 개에게 남기는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반려견에게 직접 상속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반려견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누군가에게 부담부 유증을 물려주는 이들이 있다.


이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반려 견이 보여준 순수한 신뢰와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인간의 마지막 응답이자 존경의 표현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유산보다, 평생을 함께한 반려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더 큰 행복과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반려 견에게서 인간관계에서는 얻기 힘든 진실한 사랑을 경험한다. 반려견은 우리의 외모나 사회적 지위, 경제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우리라는 존재 자체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 슬플 때 말없이 다가와 곁에 있어주고, 기쁠 때 우리보다 더 신이 나 꼬리를 흔들어주는 그 모습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순수함과 진정성을 일깨워 준다.


결국, 반려견의 묘비에 새겨진 문구나 모든 것을 남겨준 유산은, 인간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 속에서 진정한 유대와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우리 마음의 반영이라고 생각된다.


반려 견이 곁을 지켜준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서 얻은 정직하고 따뜻한 위로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되새기게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도쿄 시부야 역 앞에 하치코 동상이 있다.


하치코의 시선은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나 같은 방향, 주인이 돌아오던 역을 향해 있다.


까마득히 오래전(100여 년 전) 일이다. 하치코는 매일같이 주인이 출근할 때면 역까지 따라와서 배웅을 했고, 퇴근시간이 되면 역으로 마중을 나왔다, (지금의 시부야 역은 도쿄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에 하나이지만, 그 당시에는 한산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더 이상 오지 않는데도 9 ~ 10년 동안이나 역에 나와 기다렸다.


나는 동상 앞에 서서 하치코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전철은 쉼 없이 도착하고 떠나지만, 그중 어디에도 하치코의 주인은 없다.


100여 년 전, 역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하치코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는 보통 잊는 것으로 슬픔을 견디려 하지만, 하치코는 잊지 않음으로써 그 힘든 시간을 견뎌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조용히 하치코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인파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역을 바라보고 있을 하치코가 눈에 밟혀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