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는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온다.
말없이, 그러나 분명한 리듬으로.
부서지기 직전의 고요함을 머금은 채.
하얀 거품이 피어나고,
물결은 살며시 모래 위로 스며든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그저 다녀갔다는 자국만 남긴다.
조금 전까지의 고요를 흔들고,
잠시 머물다 이내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같은 길을 따라온다.
바람도 멈춘 시간 속에서
파도는 묵묵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지워지고, 다시 써지고,
그 모든 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