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My teacher is Daiyanne.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랭귀지 스쿨을 다닌 지도 벌써 꽤 시간이 흘렀다. 한 번 윗반으로 올라간 뒤, 욕심을 내어 그보다 더 높은 반으로 도전해 볼까 생각도 했었다. 마침 UPPER 레벨의 선생님인 에드워드와 우연히 짧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평소 같으면 그와 단독으로 대화할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이른 시간에 교실에 앉아 있자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에드워드는 젊고 활동적인 사람으로, 항상 새로운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물었다. 수업을 따라가기 버겁긴 해도, 욕심을 내서 윗반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하고.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에드워드는 나를 격려하거나 돌려 말하지 않았다. 대신, 아직 UPPER 반에 올라가기엔 실력이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일침을 주었다.


물론 윗반에 올라가면 새로운 책으로 공부하고, 적응하면서 힘들겠지만 그 과정에서 실력이 쑥쑥 자라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후, 무리하지 않고 지금 반에 머물기로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나는 현재의 반, 다이얀(Daiyane) 선생님과 함께 남은 3개월을 보내기로 했다.


다이얀은 70세가 넘은 여교사다. 그녀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같은 레벨의 아미라 선생님은 40대 중반의 여성으로, 융통성은 다소 부족했지만 강한 몰입감과 리더십으로 수업을 이끌었다. 3개월간 아미라와 함께 공부하다 보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반 조정을 신청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다이얀이었다.

다이얀 나이 22세 모델 시절


하지만 아미라에게 익숙해진 탓인지, 처음엔 다이얀의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너지와 열정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수업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루즈했다. 다른 반의 젊은 영국 출신 남자 선생님이 좋다는 소문이 들릴 때마다 사무처에 가서 다시 반을 바꾸고 싶은 충동도 느꼈지만, 다이얀으로 바꾼 지 며칠 되지도 않아 또다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행동처럼 느껴졌다. 결국 꾹 참고 지내보기로 했다.


학교에서 이 레벨의 반은 총 3개인데, 내가 속한 반은 일본인 8명, 중국인 3명, 콜롬비아인 1명, 그리고 나로 구성되어 있다. 아시아 학생들이 많다 보니 수줍고 내향적인 성향이 두드러져 발표나 토론의 열기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수업이 늘 어딘가 맥이 빠지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한 달 정도 다이얀의 수업을 들은 후, 그녀의 강점을 조금씩 발견하게 됐다. 다이얀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단어나 문장을 반복해 설명하고, 필요하면 직접 몸짓과 표정을 활용해 이해를 돕는다. 나 역시 수업 이해도가 높아졌고, 듣기 실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다이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몰타 현지인이 아닌 이민자다. 그래서 몰타라는 나라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같은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녀의 생각에 나 역시 깊이 공감하는 일이 많았다.


돌아보면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엔 케빈 선생님 수업을 도무지 따라가지 못해 좌절했고, 그다음은 아미라의 강도 높은 수업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이얀과 함께하고 있다. 몇 번의 시행착오와 고비를 넘기면서 깨달은 건, 시간이 결국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사실이다.


학생 시절엔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의 수업을 아예 듣지 않으며 시간을 흘려보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힘들고 버겁더라도 참고 견디며 인내하면, 결국 그 속에서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것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선생님일지라도, 그들 나름의 방식과 재능이 있다. "그 선생님은 늙었어", "나랑 안 맞아" 같은 생각으로 도망치기보다는, 그 안에서 교사의 특성을 이해하고,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것도 언어를 배우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걸 말이다.

IMG-20250505-WA0003.jpg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는 다이얀


몰타에 온 지도 어느덧 10개월이 되었다. 처음 한 달 수업을 들으며 “어떻게 1년을 버티지?” 싶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 영어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삶과 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날은 퇴직한 것처럼 홀가분한 자유를 느끼기도 했다.


이방인으로 몰타에서 살아가며,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태어난 대로, 주어진 대로 살아가며, 다들 어디쯤을 향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 역시,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내 인생의 길은 어디로 뻗어나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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