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아벨미의 인도 사랑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아벨미와 나는 리스본에 전날 오후에 도착해 하루 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월요일을 함께 맞이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주요 관광지와 박물관들이 월요일에는 모두 문을 닫는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수 없이 리스본 시내 관광은 하루 미루고, 근교의 도시 신트라(Sintra)로 가보기로 했다. 리스본 시내 기차역에서 완행열차로 약 한 시간 거리였다.


리스본도 처음인데, 근교 도시까지 기차를 타고 가며 보는 풍경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줬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들,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그대로 느껴졌다.

신트라 역에 도착하니, 역 앞에는 투어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가장 저렴한 투어는 한 곳만 방문하는 데 1인당 10유로, 전체 명소를 도는 투어는 무려 120유로에 달했다.

영어가 능숙한 아벨미가 투어 업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그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려 하며 역 주변 가게를 구경했다. 그때, 한쪽 주차장 쪽에서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과 Public Tour라고 쓰인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버스 티켓 판매원에게 물으니, 10여 개의 관광지를 도는 두 개의 코스가 15분 간격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가격도 1인당 13유로로 합리적이었다.

나는 곧 아벨미를 불러 이 퍼블릭 투어버스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마음속에 정한 투어가 있었는지 다소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신중한 성격을 알기에, 이것저것 비교하느라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리는 이날 아침, 리스본 시내 투어용으로 2일권 시티패스를 구입해 이미 44유로를 지불했기에, 여기에 또 13유로를 쓰는 것이 부담스럽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퍼블릭버스가 가장 저렴하면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되었기에 결국 그를 설득해 표를 샀다. 판매원에게 “오늘이 포르투갈에서의 첫날이자 마지막 여행”이라고 하자, 검표원이 웃으며 “Enjoy today”라고 인사해 주었다.

버스에 올라타 보니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세 시대의 성과 궁전, 마을들이 산비탈을 따라 이어져 있었고, 도보로는 접근하기 힘든 가파른 언덕에 자리한 곳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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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류장에 도착해 성터 입구에 이르자, 또다시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판매원에게 물으니, 퍼블릭 투어버스가 경유하는 각 명소마다 개별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금액은 대체로 10~20유로 사이.

버스 요금에다 각 명소 입장료까지 합치면 100유로가 넘는 금액이었다. 통합권도 없이 각각의 장소마다 돈을 내야 한다는 건 솔직히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눈앞에 펼쳐진 성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외부만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올라갔다. 성의 외곽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인상 깊었고, 아벨미와 함께 사진도 찍고 감상도 나눴다.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중세 궁전이라는 설명과 함께 20유로의 입장료 안내가 있었다. 리스본 시내에서도 아직 가야 할 곳이 많아, 이곳에서 또 큰돈을 쓰는 건 부담스러워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그러자 아벨미는 "그냥 걸어서 이동하겠다"라고 말했다. 어쩐지 조금 삐진 듯한 표정이었다.

“조금 산책하고 싶다”는 말이었지만, 어디가 오르막이고 내리막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걷겠다는 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버스를 타자”라고 말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각자 다른 경로로 움직이게 됐다.


나는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한참을 오르막으로 달려 신트라 히스토릭 센터에 도착했다. 교회, 식당, 기념품 가게가 어우러진 중심지였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지만, 혼자 밥을 먹기는 뭔가 허전했다. 그냥 시간을 보내며 동네를 산책하다 작은 성당 하나를 발견했다.

성당에 들어서니 아담하고 오랜 역사를 품은 공간이 펼쳐졌다.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이 자주 찾을 법한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좋았다.


입구에 있던 나이 들어 보이는 안내인에게 종탑으로 가는 길을 묻자, 직접 안내해 주겠다고 하며 나를 이끌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종탑에 닿았고, 세 개의 종이 있었으며 직접 종을 쳐보도록 해주었다. 울림이 깊고 맑았다.

그는 나를 향해 종탑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중해가 아니라 Atlantic Sea(대서양)입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들었지만, 이내 ‘대서양?’ 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내가 지금 대서양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고, 그 감동이 조금은 벅찼다.


성당 안내인은 한국에서 왔다는 내 말에, 이 성당에도 종종 한국인들이 온다고 했다. 아마 ‘산티아고 순례길’과 연관된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성당에서 나와 다시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아벨미에게서 연락이 왔다. 배가 고프다며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이번 여행은 아벨미가 대부분 계획했고, 나는 그저 따라다니는 입장이었기에 편하기도 했지만, 지명이나 명소 이름조차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함께 식당가를 지나던 중,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라고 하자 아벨미는 인도 음식점을 택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설마 인도 음식?’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가 앞서고 나는 뒤따라 들어간 인도 식당. 사실 인도 음식에 대한 정보도, 경험도 거의 없었기에 ‘어떻게 먹지…’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림이 그려진 메뉴판을 보고 대충 골라 주문했다. 노란 카레, 붉은색 양념의 닭다리, 화덕에 구운 빵과 긴 쌀로 지은 밥이 나왔다.

막상 먹어보니, 의외로 괜찮았다. 빵에 카레를 곁들이니 맛이 좋았고, 쌀도 낯설지 않았다. 유럽식 음식보다 훨씬 익숙한 식감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손님들 중 아시안은 나 하나뿐이었다. 종업원도 그걸 의식했는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다소 무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벨미는 달랐다. 천천히 음미하듯 식사를 즐기며 “정말 맛있다”라고 종업원에게 여러 번 고마움을 전했다. 식사를 마친 뒤엔, 거리에 나와 인도 식당을 소개한 직원까지 찾아가 등을 토닥이며 “Thank you”를 전했다.

나는 속으로 ‘조금 과한 거 아닌가’ 싶었고, 곁에 있는 내가 조금 민망했다. 식당을 나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은 인도 음식에 대해 청결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서 선뜻 선택하지 않아요. 나는 앞으로 인도 음식은 안 먹을 생각이다. 그러니 다음엔 다른 음식을 골라주면 좋겠어요.”

그는 그 말을 가볍게 받아들이며, 인도 음식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의 입맛 차이를 확인했고, 여행은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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