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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챔피언스리그보다 뜨거웠던 첫 만남의 순간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 오늘 기숙사 리셉션에 챔피언스리그 4강전 시청 안내가 붙어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축구를 자주 보진 않았고, 그나마 국가대표 경기를 가끔 챙겨보는 정도였기에 "챔피언스리그 4강전"이라는 말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데 룸메이트 요한이 같이 가자고 하니 망설이지 않고 따라나섰다.


누가 올지도, 어떤 경기가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도착한 TV룸엔 일본인 학생 4명과 우리 둘을 포함해 총 6명이 모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고민이 생겼다. 함께 있는 일본인 학생들이 대부분 20살 넘게 나이 차가 나는 어린 학생들이었다.
나를 처음 보는 친구도 있었고, 어쩌면 나이가 많은 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어 괜히 나도 어색해졌다.


"어떻게 말을 꺼내지...?" 고민하던 찰나, 일본 와세다대학에 다닌다는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와세다대학은 나도 들어본 명문이라 자연스럽게 "그 학교 정말 우수한 학생들이 다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고 말을 건넸다.

그 말 한마디가 통했는지, 친구도 반가운 듯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어떻게 아세요?" "한국에서도 일본에 관심 많아요?"
이렇게 말문이 트이자 대화는 금세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서로 학교 이야기, 취미, 일상 얘기를 주고받게 되었다.

그 와중에 이 친구가 테니스를 잘 친다고 했다.
내가 여기 몰타에서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다고 하자, 그는 "같이 한 번 칠까요?" 하고 제안했고, 우린 방과 후 테니스 약속을 잡게 되었다.
레슨을 받고 있는 입장이니 "내가 가르쳐 달라"라고 부탁했고, 그는 흔쾌히 OK!
훈련장 임대료는 내가 부담하는 걸로 정리하고, 그렇게 유럽에서의 첫 테니스 친구도 생기게 되었다.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를 시작해 조금은 더듬거렸지만,
공통 관심사 하나만 있으면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어를 더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겠구나.”
언젠가 유럽 여행을 다닐 때, 지금처럼 자유롭게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운동도 하고, 웃고 떠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커졌다.


오늘처럼 처음 만난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
그게 바로 언어 정복의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은 하루였다.
불편함과 어색함은 잠시, 그걸 뛰어넘는 즐거움이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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