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일요일 아침이다.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은 잠을 잔 듯한 기분에 일찍 눈이 떠졌고, 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이후 조용히 산책할 만한 곳이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주택가 밀집 지역이라 마땅한 공간이 없었다. 예전 대학 기숙사에 살던 때처럼 ‘Gzira’ 지역의 운동장 외에는 특별히 넓은 공간이 없어 보였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에는 구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해외에 나와 살아보니 구글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생활하기 어려운 현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관광지, 상점, 교통수단까지 말 그대로 구글은 이국에서의 나침반이자 생존 도구였다.
가장 크게 체감한 점은 버스 이용이었다. 구글 지도를 이용하면, 유럽 어디를 가더라도 내가 타야 할 정류장, 버스 번호, 소요 시간, 하차할 장소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현지인처럼 길을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도와준다.
두 번째는 예약 문화다. 이곳에서는 이발소를 가는 것도 무작정 가는 것이 아니라 구글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단순한 이발소뿐만 아니라 테니스장, 운동 코칭 예약 등도 모두 구글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대부분은 온라인 예약 후 이용이 가능하다.
내가 경험한 몇 가지 예만 들어도, 이곳 몰타의 생활은 구글 없이는 정보 검색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 산책을 위해 집 근처 San Gwann 지역의 메인 상가 거리로 향했다. 이 거리 역시 편도 1차선 도로였고, 몰타 대부분의 길이 이와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도로 폭이 좁다 보니 한쪽에 차량이 주차되면 반대편 차량이 지나가기에도 빠듯해진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들은 대부분 소형차를 선호하며, 2인승 차량도 종종 눈에 띄었다.
주차 문제도 심각하다. 주요 거리 양옆은 언제나 주차된 차량들로 가득 차 있다.
자동차 브랜드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중고차다. 특히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 미쓰비시, 닛산 등이 눈에 띄며, 우리나라의 기아차나 현대차도 가끔 보인다. 놀라운 점은 차량 연식이다. 10년 넘은 차는 기본이고, 20~30년 된 차량도 흔히 보인다.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기아의 세피아, 아벨라 같은 차종까지 종종 보일 정도다.
이곳 몰타는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며, 상대적으로 신차보다는 중고차가 훨씬 많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곳은 수동 기어 차량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내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때도 렌트 가능한 차량이 모두 수동기어였을 정도다.
몰타는 오래된 도시다. 고대 유적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기에 도시의 모습도, 문화도 급격하게 현대화된 한국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각종 최신 기술과 편의성에 익숙해진 나에게, 이곳의 도로와 차량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가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차의 최신 모델을 보면 반가움이 느껴지고, “이 차가 한국 차라는 걸 몰타 사람들이 알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여기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인 차 한 대에서도 삶의 속도와 방식,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얼마나 다른지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