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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마음이 답답할 땐, 여행을 떠나야 했다.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잉글리시 클래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후, 나날이 따라잡기가 버거워졌다. 마음 한구석에는 조금씩 압박감이 쌓였고, 결국은 결심했다. “그래, 떠나자. 기분 전환이 필요해.”


몰타에는 아름다운 바다도, 따뜻한 햇살도 있지만, 산은 없었다. 이상하게도 갑자기 울퉁불퉁한 산을 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문득, 지인이 다녀온 발칸이 떠올랐다.

지도를 펼쳐보니 발칸은 유럽 동북쪽 치우쳐 있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이름만 들어도 낯설고 신기한 나라들.
최근 TV홈쇼핑에서 본 플리트비체,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 같은 곳도 떠올랐다.
그래, 이번 여행은 발칸이다.


여행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거쳐 두브로브니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엔 나폴리를 경유하기로 했다. 몰타로 가는 직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획을 짜면 짤수록 난관 투성이였다.

항공편, 호텔, 시내 교통편, 투어 예약까지...

한국에서는 당연하고 간편했던 일들이 여기선 전부 스스로 찾아야 했다.

20240620_192417.jpg 자그레브의 공원


한때는 현지 합류 패키지도 고민했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항공료만 빼고 가격은 비슷했고, 빡빡한 일정에 끌리지도 않았다.
결국 다시 자유여행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자유여행, 이름은 자유로워도 준비는 전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도 앱과 숙소 사이트를 넘겨보며 시내 접근성, 교통편, 안전성까지 꼼꼼히 따져야 했다.


출발 한 달 전부터는 매일같이 여행지 후보를 좁히고 일정을 짰다.
그런데 유독 마지막 일정, 나폴리 숙소만큼은 출발 일주일 전이 다 되도록 결정을 못 내렸다.

나폴리는 예전에 한 번 가봤던 도시라, 이번에는 조금 더 특별한 곳에 묵고 싶었다.


하지만 숙소를 찾다 보니 정말 황당한 조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숙소는 입장 가능 나이가 18세부터 35세까지라며, 나를 아예 거부했다.
또 어떤 곳은 숙소 열쇠를 받으러 숙소와 한참 떨어진 사무실까지 가야 했다.
또 어떤 곳은 보증금 200유로를 걸고, 숙박이 끝난 뒤에도 영업일 기준 30일이 지나야 보증금을 돌려준다고 했다.

“세상에, 나폴리 숙박은 왜 이리도 험난한 거야?”

결국 몇 번이나 포기하고 다시 찾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나름 만족스러운 숙소를 골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 선택이,
나폴리 여행의 악몽 같은 시작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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