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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soft Jun 04. 2024

호주 부동산 Off the plan으로 돈을 벌겠는가?

호주 부동산 평가사 (CPV: Certified Practising Valuer) Feelsoft입니다.


억지로 적는 글임을 먼저 밝히고 씁니다.


부동산 평가사도 호불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위험을 크게 감수하지 않는 다분히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라 저 스스로에게든 누구에게든 '이거 좋아. 사놓으면 돈 돼'라는 설득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다만 'Sweet Home'이라는 의미에서 집은 빨리 사는 게 좋다고 하거나 Valuer로 일하다 보니 시장이 상승세에 있을 때에 '지금이 상승기야.' 하는 이야기 정도나 하지요. 절대 특정 부동산이나 상품에 대해 곡해할만한 좋은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Off-the-Plan 세일이 돈 된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제 성격에 맞지 않는 글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전편의 글들에서 Off-the-Plan 세일의 단점을 너무 헤집어 까발려서 나름 미안한 마음에 위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글로 보시면 됩니다. (무슨 Valuer가 감정노동을 하는지...)



불한당들의 Off-the-Plan - 나대지 (Residential Vacant Land)


표현이 다소 부정적이기는 합니다만 실제 유지관리에 거의 땀을 흘리지 않는 나대지가 Off-the-Plan에서 의외로 좋은 수익을 거둘 때가 많습니다.


사례하나 봅시다.


23 Tablelands St, Box Hill입니다. 700 sqm (스퀘어미터) 크기에 직사각형인 나대지입니다.

이 땅의 주인은 21년 3월 97만 불에 Off-the-Plan 나대지를 삽니다. 그때만 해도 이 땅은 등기가 되어 있지 않았었고 토지개발업자는 도로, 상/하수도, 전기 등의 인프라 공사를 끝내고 22년 4월 5일에 세틀을 합니다. 즉, 토지 등기를 마치고 비로소 자기의 땅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등기가 된 지 불과 11개월 만에 148만 불의 가격으로 매각을 합니다.

정확히 3년 만에 51만 불의 자산가치 상승을 거두었죠.

자산증가 51만 불짜리 땅이리구.

그 돈을 벌기 위해 이 사람이 뭐 이 땅에 집을 지었습니까? 임차인을 구했나요? 분필을 했나요? 아니면 개발 허가라도 얻어놓았습니까? 하다못해 땅에 말뚝이라도 하나 박았습니끼?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땅이 Box Hill의 특별한 위치에 있는 땅이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단지 이 사람은 땅을 보고, 제 때에, 그리고 제대로 사고 팔 줄 아는 거죠.

그렇다고 이 사람을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뭐라고 할 사람은 호주에서 아무도 없습니다.


호주에서 돈은 이렇게 버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분들도 Off-the-Plan으로 나대지를 많이 구입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돈을 버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분도 많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Off-the-Plan 나대지를 사는 방법에 대해 모르시거나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데 호주에서 Off-the-Plan 나대지는 일반 주택을 팔고 사기 위해 만들어진 realestate.com.au나 domain.com.au 와는 다른 판매망과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 또한 기약 없는 나중에 적어보겠습니다.



때 묻지 않은 신상 - Off-the-Plan 랜드/하우스 패키지 (Land/House Package)


랜드/하우스 패키지는 지난 글에서 소개드렸지만 알기 쉽게 '새 땅'에 '새 집'을 지어 파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다 보니 태생적으로 계약부터 집 키를 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위에서 이야기한 토지가 인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까지 포함하여 계약을 하지만 보통은 토지가에 대해서만 인지세를 내므로 구축주택에 비해 매입비용이 저렴합니다. 랜드/하우스 패키지임에도 계약서가 토지분과 건물분으로 분리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호주는 건물에 대한 등기가 없으므로 주택 (Torrens Title)의 경우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도 등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즉, 이 경우 인지세는 토지의 보존등기에 따른 등기비용으로 보시면 됩니다.)


또한 건물은 물론 (대부분) Driveway, Fence, Landsacping까지 샤방샤방하게 공사를 끝내고 나서 인수인계를 하니 건물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죠. 더구나 빌더로부터 다년간 보증을 받게 되니 하자사항이 생겨도 비용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례하나 봅시다.


이번에는 Blacktown의 Fairwater라는 단지로 가봅니다. 시드니 서북쪽 Blacktown 골프장을 Frasers Property라는 디벨로퍼가 사들여 (법적 소유주는 AUSTRALAND RESIDENTIAL NO. 165 PTY LTD-필경 프로젝트 컴퍼니) Fairwater Estate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했습니다. 전체 토지를 100 sqm에서 250 sqm의 수백 개 적은 땅으로 분필하여 Off-the-Plan 랜드/하우스 패키지로 매각하였습니다.




72만 불에 하우스 사고 8년에 33.8만 불 올랐으면 나쁜 거 아냐.



이 집을 판 사람은 8년 전이기는 하지만 70만 불 대의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하우스를 마련해서 이제 밀리언이 넘는 금액으로 팔았으니 (단순하게 계산해서) 애초 20% ($142,000) 자기자본만 가지고 이 집을 샀다고 하면 가치 상승한 $338,000을 합해 이제 48만 불을 가지게 되었으니 $2.4 밀리언이 되는 집을 살 수 있는 자기자본이 만들어졌지요. 불과 183 sqm의 작은 땅에 옆집과 딱 붙은 Semi-detached 하우스에서 8년 만에 비슷한 지역의 500 sqm 규모의 큰 땅에 수영장 딸린 단독주택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호주에서 집 키워가는 거 쉽습니다. 그쵸?


소시민의 꿈 - Off-the-Plan 아파트


Off-the-Plan으로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은 대부분 희망에 가득 찬 기대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절박한 간절함이기도 합니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어 불리함을 무릅쓰고 신축을 사야만 하는 속칭 비거주자들, 멀리 호주로 자녀를 유학 보낸 후 렌트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궁여지책으로 구입하는 한국의 부모들, 이제 막 사회에 나와 없는 돈을 모아 어렵게 구매한 First Home Buyer들, 그리고 이제 막 집한 채를 사고 부의 사다리에 첫 발을 내딛기 위해 (혹은 세금을 줄여보기 위해) 구매하는 맞벌이 부부들.


많지 않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주택형태가 아파트 정도인데 이마저도 치솟는 인건비와 자재비로 하루게 다르게 올라가고 있으니 Off-the-Plan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더욱더 절박하겠지요.


개인적으로 Off-the-Plan 아파트를 권유하지는 않지만 그 꿈까지 꺾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실을 직시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여드립니다.

망했어. 망했다구.


위의 사례는 맥콰리 팍에 신축한 아파트입니다.

멕콰리 대학 인근에 지어져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곳이지요. 특히 아시아계 유학생들의 수요가 밀집된 곳이기도 합니다.


China Overseas Sudney Pty Ltd라는 회사로부터 $1.08 밀리언에 이 아파트를 산 사람은 (THE PROPRIETORS라는 걸 보니 회사나 트러스트일 수도 있겠네요.) 세틀이 되고 불과 1년이 지난 23년 11월부터 이 아파트를 시장에 내놓고 매수자를 찾았으며 5개월이 지난 2024년 5월에서야 95만 불에 털고 나갑니다.


5개월간의 고통의 흔적들...


처음 97만 불에서 100만 불에 내놓았다가 5개월이 넘도록 매수자가 없자 결국 95만 불까지 낮춰 판매를 하게 된 겁니다. 손실만 13만 불입니다.


호주에서 꿈은 이렇게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마치며


다시 말하지만 저는 Valuer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부동산을 사라고 권유하는 사람도 아니고 팔라고 권유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부동산은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숫자로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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