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리즘'은 원래 스포츠 경기에서 즐기기 위해 취미 삼아 경기하는 태도를 비판할 때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문학을 감상하는 태도와 관련해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아마추어 입장에서 문학은 어디까지나 취미이며 승리를 위해 내 모든 걸 바칠 필요가 없다. 아무도 목숨을 걸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당구나 골프, 등산이나 산책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현실에서는 동떨어진 취미일 뿐이다. 당연히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다고 해서 비판받을 만한 일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에서의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문학 관련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 삐빅 아마추어입니다.
2. 학위 소지에도 불구하고 국문학이다. 삐빅 다른 문화권 문학은 아마추어입니다.
3. 학위 증명 서류 따위를 뛰어넘는 타고난 센스와 통찰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 삐빅 아마추어입니다.
기준이 빡빡하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저 정도는 만족해야 겨우 준프로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저 기준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순수한 아마추어'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처지일 것이다. 피차 아마추어임이 공공연한데 억지로 꾸며내고 있는 척해봤자 자신과 남을 기만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브런치를 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 이 문제와 연결된다. 전문적인 정보를 얻고자 하면 도서관을 찾거나 논문을 검색해야 한다. 여기는 아마추어들의 브런치 카페지 대학 강의실이 아니다. 이곳이 즐거운 이유는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 아픈 문제는 이미 현실에서 우리 모두 충분히 겪으며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마추어임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당당할 필요가 있다.
때때로 책을 읽는 행위 자체는 지나치게 숭고하게 여겨진다. 남들과는 다른 우월한 취미로 인식되는 것이다. 어느 날 친구와 취미에 관한 대화를 하다가 독서를 '좋은 취미'라고 표현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취미에 대해 좋은 취미, 나쁜 취미를 구분하는 것이 무슨 기준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자기 시간을 좋아하는 걸 하면서 보내는 방법일 뿐이지 좋고 나쁘다는 가치와 관련된 일이 아니다.
"넌 책 빨리 읽어서 좋겠다."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영화를 2배속으로 보는 것을 즐기며 경치를 무시하고 목적지로 최대한 빨리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산책이나 여행을 하느냐는 말이다. 정보전달을 위주로 하는 글들이야 능력이 된다면 빨리 읽어도 된다. 어차피 필요한 건 정보뿐이니까. 그런 글들은 눈으로 문자를 해석하고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문학의 경우는 다르다. 눈 말고 사용해야 하는 감각기관이 더 많다. 완독 자체에 목적을 두는 독서는 오래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몇 권 읽다 제 풀에 꺾여 나자빠질 뿐이다. 실제로 나는 염상섭의 '삼대'나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불굴의 정신력으로 완독 했지만 내상을 입어 한동안 독서를 접었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냥 아마추어다. 더군다나 한국문학이 아니라면 이건 정말 '순도 백 퍼센트 취미'의 영역이다. 세계 문학을 읽는 일이 나의 생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세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에 대해 철저하게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그전에 마음을 가볍게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취미 중 하나인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어떤 일도 오래 할 수가 없다.
이승철의 노래로 마무리.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