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압둘라자크 구르나)
'유수프'는 어린 시절 '아지즈'라는 상인에게 빚을 진 아버지 때문에 아지즈를 따라나선다. 일종의 볼모인 셈이다. 아지즈의 가게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칼릴'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어느덧 청년이 된 유수프는 칼릴의 이복 여동생을 좋아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인 아지즈의 또 다른 여자였지만 그녀와 함께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독일군이 마을을 습격하고 숨어 있던 유수프는 자신의 비겁과 마주하게 된다.
<전략>
스믈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서정주, <자화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