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마음지도>32
째째가 불교 주간신문에 첫 소설을 연재하고 몇 달이 지날 즈음이었다.
“우리 극본 쓰기 배우지 않을래?”
“극본 쓰기? 어디서?”
“방송작가협회인가 하는 곳에서 하는 커리큘럼이 있대. 여의도에 있고.”
같은 대학, 같은 과를 함께 다닌 친구였다.
그즈음 째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던 핵심 생각은 '인연'이었다. 출가를 포기하고 세상에 남기로 한 뒤, 세상을 배우기 위한 삶의 방식. '다가오는 인연을 폭넓게 바라보기, 수용하기.'
“그럴까?”
문학을 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째째는 자신이 소소하나마 글재주가 있고, 글쓰기에 흥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드라마 극본 쓰기 또한 글쓰기.
“그래 볼까?”
째째는 드라마를 배워보기로 했다. 정작 드라마 쓰기 마음을 갖게 만든 친구는 유턴했지만 째째는 여의도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하는 드라마 작법 배우기 프로그램에 등록했고, 글쓰기의 다른 신세계에 입문했다.
째째가 처음 만난 드라마 쓰기 스승은 모 공영방송에 시대극 연출로 유명한 분. 째째가 살면서 만난 또 한 명의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수업은 다양한 작법에 대한 설명과 실제 쓰기, 그리고 쓴 작품에 대한 총평으로 이루어졌다.
“드라마 한 편씩을 써 오세요. 쓴 작품을 모두 함께 읽고 공부를 해봅시다.”
째째의 첫 드라마 쓰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째째는 고민 끝에 단군을 소재로 드라마로 썼다.
“나라면 이 대본 드라마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날, 기초반 담임이었던 PD 선생님의 평가를 계기로 나는 드라마 작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드라마 작법 공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영상으로 사고하기‘였다.
쉽지 않았다. 생각의 과정, 생각 통로를 생각해보지 않은 내게 '문장으로 생각하기가 아닌 영상으로 사고하기'는 쉽지 않은 개념이자 사고의 전환이었다. 덕분에 두 개의 다른 사고의 통로를 알게 됐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적 사고를 통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일은 재미있었다. 매력 있었다.
그곳에서 공부한 2년 시간, 많은 동료를 만났다. 모두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 그 열정만으로 불투명하고 가난한 작가로서의 삶을 기꺼이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드라마를 써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우연히 맺은 소설보다 더 크게 자리했다. 그러니까, 줄곧 깨달음이라는 대자유를 향해 더딘 걸음을 내딛던 나는 더 큰 욕망의 덫을 스스로 놓은 것이다.
나는 다른 동료 드라마 습작생들처럼 매년 있는 방송국 드라마 극본 공모에 원고를 투고하고, 기다리고, 떨어지고, 낙담하고,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