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이유 없는 편승

<자유를 향한, 마음지도>3

by 이기담



“쯧쯧 꼬라지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좁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투덜, 투둑, 걸어오는 째째에게 할머니가 혀를 찼다. 애정이라고는 째째의 작은 새끼손가락의 손톱만큼도 없는 목소리.


어릴 때 째째는 할머니가 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왜 미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가족들 중 째째를 사랑하지 않은 건 할머니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째째를 사랑하지 않는다. 할머니만큼 미워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사랑하진 않는다.


이제 째째는 안다. 가장 큰 이유는 째째가 딸이기 때문이라는 걸.

그래도 째째는 상관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해주기도 원치 않는다.

왜?

째째에게 이런 상황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니까.

집에서 가장 대장인 할머니이면서도 왜 손자 손녀들을 편애하는지, 왜 아들들 편만 드는지, 왜 이유 없이 째째 몫까지 빼앗아 그들에게 주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니까.


“계집애가 늘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다니니! 집안 꼴이 이렇지. 쯧쯧!”


집안의 불행은 그러니까, 다섯 번째임에도 째째가 아들이 아닌 딸로 태어났기 때문이고, 집안의 가난 또한 딸로 태어난 째째의 죄 때문이었다.


“…….”


째째의 유일한 표현은 침묵.


“저저, 또 저리 입 꾹 다물고는!”


째째는 그저 할머니가 어서 빨리 자신에게서 관심이 멀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째째가 아버지의 차별을 가장 크게 느낀 건 중학교 진학을 앞에 두고 있을 때.


“중학교는 보내야 해요.”

“딸내미 중학교는 보내서 뭐하게!”
“그래도 중학교는 보내야 해요!”

“글쎄, 우리 형편에 아들도 아닌 딸을 뭐하러 중학교를 보내냐고!”


째째는 숨어서 엄마와 아버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째째에게 호칭은 어머니는 '엄마' 아버지는 '아버지'.

사이좋지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 소리 내어 싸우는 대신 침묵으로 째째의 살아온 시간을 일관하던 부모가 째째의 중학교 진학을 앞에 두고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터질 듯 마구잡이로 심장이 벌떡이는데 째째는 나설 수 없다. 대신 마음이 소리쳤다.


' 학교에 가고 싶어!'

'중학교에 가고 싶어!'

'……그래야 세상 전체를 알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야.'


뭐 그렇다고 째째가 학교에서 그 사실을 반드시 알게 될 거라고는 생각한 건 아니다. 이미 겪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함량 미달이었다.

그들도 째째를 부모의 성의와 째째의 외모, 그리고 태도로 차별했다.

그래도 째째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 학교 외 세상을 알지 못했다.

째째는 엄마를 응원했다.

그때 터지는 아버지의 고함소리.


“죽어도 안 돼! 저놈의 계집애 중학교는 절대로 못 보내!!”




덧붙이는 생각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모 방송국의 <동물의 왕국>이다.

얼마 전 모계사회를 이루는 아프리카의 세 동물 그룹이 등장했다.

1. 사자

2. 코끼리

3. 원숭이

(이밖에도 암컷이 사회의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동물 그룹들이야 있겠지만 여기서는 잠깐 소재 아웃시키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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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할머니가 최고 우두머리가 되어 암컷이 주축이 된 무리를 이끌고, 사자는 암컷 자매들이 무리가 되어 함께 사냥하고 육아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원숭이는 모계사회가 중심이 되어 여왕 원숭이가 낳은 딸 원숭이가 여왕 자리를 잇는 세습제로 살아가는 동물 집단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중 원숭이 모계사회. 이들은 집단을 이루는 원숭이들이 모두 서열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한 원숭이 그룹에 원숭이가 100마리라면 이 100마리 모두에게 서열이 정해졌다.


동물의 세계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속한 인간 동물 사회의 미시적 시야에서 벗어나 거시적 시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동물이나 식물 방송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은, 라는 인간 개체를 벗어나 지구 위 생명체들 속의 개체화된 나를 볼 수 있기 때문인 셈이다. 이른바, 강제적 기회 만들기.


원숭이 사회의 서열화는 놀랍도록 인간사회와 비슷하다. 뭐, 사람과 원숭이는 다 같이 유인원으로 분류되는 종족이니 놀랍다는 건 호들갑일지도 모르겠다.


''과 ''

'아들'과 ''

'부자'와 '가난'

'권력을 가진 자'와 '없는


돌이켜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반대 의미를 가진 모든 단어들 안에는 우리가 처해있고, 행동하는 불평등의 모습이 들어 있다.

어쩔 수 살아온 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생의 가장 첫머리엔 언제나 로 태어나 받은 차별의 설움, 부당함이 있다. 사자와 코끼리, 그리고 원숭이 사회라면 어림없었을 풍경이.


마음의 자유, 깨달음을 향해 걸어온 지난 삶의 많은 부분은 이 평등불평등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이것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운전을 하기 위해 스무 살이 다 되어가는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건다.

그러다 수년 전에 했던 생각을 다시 한다.


'운전을 하는 나, 지구에 갑질을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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