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 발음
“나 꿍꼬또 , 기싱 꿍꼬또.”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언어학자인 이화여대 최혜원 교수가 지은 ‘휴랭머랭’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나 꿈꿨어 , 귀신 꿈꿨어.’라는 말입니다.
제게는 세 돌이 지난 손녀와 손자가 있습니다. 요즈음 하루가 멀다 하고 요녀석들과 영상통화 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젠 제법 말이 통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엄마가 통역을 해주어야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최교수의 책을 보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발음이 바로 [ㅅ][ㅆ]이라고 합니다. 그냥 생각하기에는 그게 그렇게 어렵나하고 의아심을 가질 겁니다. 저 역시도 그런가 하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한국어가 아닌 영어에서도 [s]발음이 어렵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sea가 tea로 , smile이 thmile로 발음이 된다고 합니다.
이에 비하여 [ㅂ][ㅁ]은 쉽다고 합니다. ‘아빠’ ‘엄마’를 생각하면 이해되실 겁니다. 엄마는 많은 나라에서 mom, mama라고 하고, 아빠는 papa라고 합니다. 그것은 이 발음이 ‘양순음’으로 두 입술을 다물었다가 떼면서 내는 소리로 대단히 쉽다고 합니다.
[ㅅ][ㅆ]발음은 ‘마찰음’이라고 합니다. 허파에서 입밖으로 나오는 공기가 입천장과 혀와 이로 만들어진 입안의 좁은 통로를 가까스로 통과하느라 마찰하면서 ‘쇳소리’나는 발음이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발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혀의 위치라고 합니다. 입천장에 닿아도 안되며, 입천장과 5mm떨어지느냐 10mm떨어지느냐의 차이가 커서 상당한 훈련을 필요로 한다고 하니 어린 아이가 말을 배울 때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
“나 혼자 떼뚜 해떠요.” “아 그래떠요. 참 잘 해쪄요.” 라는 대화가 어릴 때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요.
이렇게 어릴 때부터 혀의 위치를 교정 받으면서 자라난 한국인은 [사람]이라고 자연스럽게 발음하지만 미국인은 [싸람]으로 발음하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일부 경상도 분들이 쌀을 [살]로 발음하고, 동생을 [동샹]으로 발음하는 것도 역시 혀의 위치를 제대로 놓기가 어려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처럼 특정언어와 같이 서울방언, 전라방언, 경상방언을 모국어로 말한다는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혀를 그렇게 움직이도록 훈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다른 언어, 다른 방언으로 발음하는 것은 혀의 위치를 찾지 못하여 어려운 것이라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