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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범덕 Oct 20. 2023

공정한 세상 가설

피해자를 단정 짓지 말라

어렸을 때부터 ‘ 인과응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사람은 원인과 결과가 마땅히 맞아 들어간다는 얘기입니다. 좋은 일을 하면 보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말이지요 . 그런데 ‘인과응보’ 는 보통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많이 쓰는 말입니다.


인지심리학에 관한 특집기사를 다루고 있는 Newton 2023년 2월호에 ‘공정한 세상가설(just-world hypothesis)'이란 이론과 실험내용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워털루(Waterloo) 대학의 멜빈 러너(Melvin Lerner) 교수가 1966년 범죄피해자에게 일반적으로 동정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었기에 그런 일을 자초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비난 , 즉 ‘피해자 비난’ 이 있음을 알아보고자 실험을 하였답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워털루(Waterloo) 대학의 멜빈 러너(Melvin Lerner) 교수


실험에 참여한 관찰자들이 피해자(이는 실험의 배후 조종자로 연기를 한 사람)가 어떤 문제를 받고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전기충격을 받도록 하는 모습을 보게 한 뒤 설문에 응답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때 관찰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피해자가 계속 틀리면 벌을 받도록 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한 그룹은 피해자가 정답을 맞히면 보상을 주는 모습을 보도록 한 뒤 설문에 응하도록 한 것입니다 .

그때 설문은 ‘피해자가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 나 ‘ 피해자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와 같은 긍정적인 내용을 제시하였답니다.


그 결과 정답을 맞히지 못하고 전기충격이라는 벌을 계속 받게 되는 모습을 본 그룹은 피해자를 낮게 평가하고, 정답을 맞혀 보상받는 모습을 본 그룹은 높게 평가하였다고 합니다 .


이 실험을 놓고 보면 사람을 평가할 때 이러한 공정한 세상가설은 개인이 유념하는 정도라면 모를까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에 대하여 단정을 짓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힘든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믿음이 무의식중에 ‘노력원리주의’로 나타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은 성공할 만큼 노력했으나 반대로 무언가 불행을 겪는 사람은 그 스스로 원인제공을 하였다는 인식입니다 .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문제의 본질보다는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에 빠질 수 있다는 소위 ‘약자박해’ 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다른 사람을 적절하게 판단하려면 그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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