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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 Sep 30. 2024

축구선수로 가는 길(feat. 프로구단 산하 유스팀)

13. 언제든 다른 문도 열려있다! - 아이의 행복이 부모의 행복 -







아이가 취미반 축구에서 선수반 축구로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그리고 유스팀 U-15 3년, 도합 6년 동안 축구를 하고 난 뒤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본인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신나게 축구에 매달렸지만,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갈수록 즐거움이 감소하는 것 같습니다. 힘듦이 얼굴에 보이고, 피곤과 스트레스가 온몸에서 배어 나오는 듯합니다. 그런 아이를 곁에서 보는 부모도 매 한 가지입니다. 


감독님의 지시, 약속된 전술, 하지만 상대팀에게 전술이 안 먹이면, 결국 선수 개인의 창의적인 플레이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실 겁니다. 글을 적은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데 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내용은 이런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감독님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축구를 하는 건지, 지금 즐겁게 그라운드를 뛰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항상 다른 문도 존재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축구로 프로선수가 되는 일이 공부를 해서 서울대 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서울대는 24년에 3,800여 명이 신입생을 뽑았지만 프로축구(21개 구단)는 24년에 K리그1, 2 구단에 유스팀 U-18에서 프로로 바로 입단한 선수는 겨우 13명입니다. 졸업반 200여 명이 넘는 유스팀 선수 중 10%도 안 되는 선수만 프로로 가고 나머지는 대학에 가서 다시 프로로 입단할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좁은 관문을 통과하는 일이 공부하는 일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임을 항상 이야기해 줍니다. 

공부는 서울대에 못 가더라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의 관심분야 학과에 입학하여 열심히 하면 졸업을 할 수 있고, 취업도 눈 높이를 낮추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축구는 생각보다 그 길이 좁은 것 같습니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축구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다 보니 공부는 뒷전이 됩니다. 그 흔한 학원에 가지도 못 하고, 가끔은 시합을 위해 수업을 빠져야 하니 공부와 멀어지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축구하다 그만하면 공부해야 하니 공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제 자신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하지만 축구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 아이가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결정하였기에 그저 뒤에서 바라볼 뿐입니다. 특별히 독려하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건 자신이 선택해야 후회를 하더라도 주변 사람을 원망하지 않을 테니깐요.


저는 아이에게 축구는 네가 선택한 것이고, 언제든지 그 선택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같은 축구부 아이들의 부모들과 가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거진 모든 부모가 축구가 아니면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여기서 승부를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서 적잖게 당황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법대를 나와 변호사를 하닥 어느 날 갑자기 요리사가 되겠다고 모든 것을 바꾼 이야기,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소설을 써 소설가로 등단한 사람 등 긴 인생사에서 하나만 정답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게 축구이고, 이제껏 해 온 것이 축구이기에 축구를 계속한다는 생각은 아이들을 스스로 가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좀 더 여유롭게 아이들 곁에서 지켜봐 주고 좌절하여 쓰러졌을 때 손 내밀어 주어야 합니다. 

‘너의 행복이 부모의 행복이다’라는 믿음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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