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2>당신이 내민 손

5. 사연

by 말랑

지영은 동네 주민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주민센터는 너무 한산했다. 지영은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다, 복지담당이라는 푯말을 보고 그 앞으로 다가갔다.

“저기, 안녕하세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영은 신문사 이름을 대면 오히려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았다. 40대 후반의 여자 담당자는 안경을 끌어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지영의 얼굴을 보며, 계속 말을 하라는 듯 쳐다보았다. 지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건 아니고, 이 뒷산에 있는 약수터 아시나요. 거기 움막이 하나 있던데 보셨나요.”

복지 담당자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살짝 일어서며, 지영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네 무슨 일 이시죠. 어디서 나오셨나요.”

방어적인 말투에, 지영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대한일보에서 취재자료 수집차 몇 가지 확인하고 싶다는 말에, 복지담당자는 안쪽 소파가 있는 곳으로 지영을 안내했다. 지영은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복지담당자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데리고 와 함께 지영의 앞에 앉았다. 지영은 솔직하게 말을 꺼냈다. 자신의 신분과 그 남자 관련 일화를 설명했다. 복지 담당자와 함께 온 남자는, 복지 관련 자원봉사자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이 이 동네에서 40년을 넘게 살았다며 움막에 사는 그 남자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김씨라고 불리는 그 사람 이름은, 김우진이에요. 이 동네에서 꽤 오래 살았어요. 20년 전쯤인가 하나 있던 딸아이가 개천에서 실족사로 죽었어요. 그 사단에 그 집 아주머니도 정신이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2년도 안돼서 딸아이 곁으로 갔어요. 김씨도 충격이 컸는지, 실어증으로 말도 못 하게 되고.”

잠시 말을 멈추고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김씨는 그 뒤에 일도 그만두고, 몇 번 자살시도 하다, 지금은 약수터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자원봉사자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복지 담당자는 움막에 대해 몇 번이고 철거명령을 내렸다며, 문제 삼지 말라 달라는 식으로 말을 꺼냈다. 지영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움막철거 이야기가 나오자, 서둘러 그 자리를 마무리 지었다. 지영은 주민센터를 나와 주변을 맴돌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성거렸다.

30여분 뒤 주민센터에서 나오는 자원봉사자에게 지영은 다가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잠시 차 한잔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망설이던 자원봉사자는 지영을 데리고, 찻집으로 갔다. 지영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자의 이력을 물었다.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는 게 좋은지, 한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지영이 중간중간 던지는 추임새에 1시간을 넘게 이야기를 하던 차에, 그 남자에 대한 사연이 함께 풀어져 나왔다.

“내가 똑똑히 기억해. 왜냐면 그 여자애를 찾느라, 동네 사람들이 그 밤에 많이도 나왔거든. 내가 그때도, 이 동네 통장이었어. 그러니깐 그때 김씨가 퇴근하고 딸아이를 데리고 식당으로 가는 길이였어. 식당에서 일하는 집사람 데리러 가다 사고를 본 거야. 술 취한 사람이 무단횡단 하다가, 차에 친 거야. 차는 그 자리에서 도망을 쳤고, 너무 어둡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었던거지. 멀리서 그 걸 본 김씨가 그 다친 사람을 업고 병원으로 갔데. 그때 김씨를 따라오던 딸아이가 아빠를 놓친 거야.”

잠시 말을 멈추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씨도 정신이 없어서, 자기 딸이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병원까지 뛰어가서 그 사람을 살린 거야.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딸아이가 없다는 걸 알고는 사고난 곳으로 돌아가서, 미친 듯 찾았는데 못 찾았어. 김씨는 우리 집에 와서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거의 실성해 있었지. 내가 경찰서에 신고하고, 동네 사람들 깨워서 주변을 다 찾아다녔어. 근데 그 조그마한 여자애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 그땐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가로등도 별로 없어 어둡기도 했고.”

남자는 시선을 떨구며 말을 잠시 멈추었다.

“경찰도 몇 명 와서 같이 찾아봤는데, 너무 어두워서 계속 찾기는 어려웠어. 날 밝으며 더 찾자고, 김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집에 갔겠어. 밤새 동네를 헤집고 다녔지.”

한 숨을 내쉬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날이 밝아서 또 찾아봤지만 없었어. 다들 일도 하러 가야 하고, 장사도 해야 하니, 김씨네 부부만 미친 듯이 찾아다녔어. 3일이 지나서, 개천 풀숲에서 발견되었어. 경찰말로는 어두워서 밑을 제대로 못 보고, 개천으로 떨어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애가 떨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나 봐. 살려달라는 말도 못 하고...애구 안 됐지. 그러고 나니 어느 부모가 제정신으로 살겠어. 김씨는 허구한 날 술만 마시고, 아주머니는 딸 찾는다고 동네를 계속 돌아다니고…

그러고 아주머니는 정신병원에 간 거야. 거기서 2년도 안돼서 죽었을 거야. 김씨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실어증인가 뭐 그런 거로 말도 안 하고...김씨도 술 먹고, 몇 번 자살하려고 했는데, 사람 목숨이 그리 쉽게 끊어지나. 김씨는 이래저래 이 동네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거야. 지금은 시장통에 있는 할매네 고깃집에서 일도 조금 하고, 밥도 얻어먹는 것 같던데…. 근데 아가씨는 이 동네 사람이야. 낯이 익은데. 기억이, 요즘은 뒤돌아서면 깜박해. 이제 나이가 들어서 허허.”

지영은 녹음기 버튼을 조심스럽게 끄며, 인사를 건넸다.

“정말 고맙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네요. 저희는 복지 사각에 있는 우리 이웃에 대해 알리고,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는 취지에서 취재를 진행 중입니다.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영은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에 들은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녹음기의 반복, 재생버튼을 몇 번이고 누르던 지영은 갑자기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지영은 잠시 핸드폰을 쳐다보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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