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2>당신이 내민 손

4. 취재

by 말랑

거리를 두고 따라가던 지영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 남자는 익숙한 듯 어두운 약수터 길을 지나 숲으로 더 들어갔다. 지영은 핸드폰 플래시를 켜 어둠을 몰아내며, 그 남자 뒤를 밟았다. 어느 순간, 그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지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혹시 나를 유인한 거 아닌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온갖 생각을 하며 한동안 그 남자가 사라진 지점에서 머물렀다. 지영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핸드폰 플래시를 사방으로 비쳐보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서 바로 앞도 구분해 내기 어려웠다. 5분 정도 걸어가던, 지영의 눈에 조그마한 불빛이 보였다. 버려진 나무 판자와 녹슨 철재를 이은 듯한 운막이 보였다. 지영은 더 이상 다가가기 두려워, 운막의 위치만 확인하고 돌아 나왔다.

어두운 방안에 유일한 불빛은 컴퓨터 모니터뿐이었다. 지영은 모니터를 응시하며, 따뜻한 우유를 조금씩 마셨다. 잠이 오지 않는데, 혹시나 하는 바램으로 침대에 마냥 누워있는 것은 시간이 아까웠다.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고, 서서히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영은 자신이 본 상황을 시간별로 정리하며, 그 남자의 과거에 접근할 방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다음날 지영은 백팩에 녹음기와 카메라, 메모지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약수터 주변에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지영은 약수터에서 작은 물통에 물을 담아 천천히 움막을 향했다. 한참을 움막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 인기척을 찾아보았다. 낡은 움막 외에, 주변은 자질구레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청명한 날씨 덕분에, 주변은 햇살을 받아 생명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움막은 큰 바위 옆 음지에 숨어 자신의 자취를 지우고 있었다. 지영은 조심스럽게 움막을 향해 말을 던져 보았다.

“계세요, 저기 아무도 안 계세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라, 주변에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움막에 접근하기 두려운 듯 움막을 한동안 주시하다가 돌아섰다. 그런 지영을 멀찌감치 떨어져 쳐다보던 그 남자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지영은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달려가 그 남자 앞을 가로막았다.

“안녕하세요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시간 좀 내어주세요.”

지영은 어디서 용기가 솟아났는지, 그 남자를 가로막고 서서 계속 말을 걸었다. 고개를 숙인 남자는 두려운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지영을 피해 움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영은 그 남자를 따라 움막 앞까지 가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영은 그 남자가 벙어리라는 것을 생각해 낸 듯, 종이와 펜을 꺼내어 움막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한참을 움막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 등산로 쪽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빨간색 모자에 빨간색 잠바를 입은 70대 남자가 지영을 보며 말을 건넸다.

“아가씨는 누구요, 여기 김 씨를 알아요. 구청에서 나오셨나.”

빨간색 잠바에는 산불감시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영은 꾸벅 인사를 하며, 대한일보 인턴기자라고 밝혔다

“여기 움막에 계신 분과 잠깐 인터뷰를 하고 싶어 찾아왔는데...피하시기만 해서요.” 지영의 말에 산불감시원은 굳은 얼굴로 무언가를 설명하려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였다.

“김씨는 말을 못 해요. 대화가 안 될 텐데... 그리고 여기 움막도 몇 번 민원이 들어가 철거했거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게 없어.”

산불감시원은 그 남자를 보호하려는 듯 지영의 관심을 끊어내려 했다. 지영은 산불감시원에게 웃어 보이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저 분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우리 이웃들에 대해 기획기사를 준비 중이라 사전 자료 수집차 알아보려고…”

지영의 말은 산불감시원에 의해 끊어졌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근데 김씨 이야기는 안 싣는 게 좋아. 그러니 이만 내려가요.” 살짝 위압감을 주는 듯, 산불감시원은 인상을 지었다. 지영은 여기서 실랑이를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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