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

[책]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법 - 데릭 시버스

by 륀륀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법 <데릭시버스> 31P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목표를 위한 최적화된 상황을 만들고 다른 것은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하려고 에너지를 분산시키면 결국 자신과 충돌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벌려면 많은 책임이 뒤따라야 하고 자유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한다는 뜻이다.





나는 현재 온라인 한국어 튜터를 2년간 부업으로 해오고 있다. (그 야근 많던 회사에서도 절대 놓지 않았던 유일하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대기업 퇴사 결정을 내리면서 정말 생각을 많이 했다.

그냥 다른 회사에 가서 그나마 내가 관심있는 직무를 하며 안정적인 길을 걸어야할까? 아니면 힘들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인 강사를 도전해볼까?

솔직히 강사를 하고 싶었지만 뭔가 현실과의 벽에 부딪혔다. 일타강사들이야 연봉이 높지. 그게 아니고서는 대부분 낮은 연봉에다가 불안정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지만 이걸 본업으로 삼으면 내가 꾸준히 좋아하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사실 둘 다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에 정확히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의 한 국제학교에 보조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내가 대기업 퇴사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세계로 나는 또다시 뛰어들었다.




어릴때부터 교사가 꿈이었던 나는 정교사 자격증이 없다는게 항상 아쉬웠다.

그런데 국제학교라는 신세계를 알게 되었다. 정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학교에서 일할 수 있었다. 새로운 희망을 가졌다.

매일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가 너무 재밌었다. 선생님이라는 직함, 많은 방학, 외국인이 대다수인 업무 환경, 귀여운 아이들, 일의 뿌듯함 등등 나와 너무 잘 맞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확신을 또 한번 얻었다.


그런데 한가지 찝찝한 점은 있었다.

본업이 되어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다.

지금 학교에서 나는 정식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책임감에서 자유로웠다.

부담이 없기 때문에 내가 재밌는건 아닐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내가 만약 담임선생님의 포지션이라면? 학부모를 응대해야한다면?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컨트롤해야한다면?

역시나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든 다른 생각은, 그래서 더더욱 한국어 강사가 메리트가 있음을 느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본인 의지’로 수업을 수강한다. 이 부분이 선생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의지가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은 수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어강사는 학교처럼 학부모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수업을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본 선생님들은 진도 빼기에 급급하고, 수업 준비할 시간도 없어 매일을 허덕이고 계셨다.

학부모 공개수업도 준비해야하고, 게시판도 계속 바꿔줘야하고, 혹시라도 학부모 컴플레인이 걸리면 그때부터는 또 엄청난 스트레스와 업무의 시작이다.

고등학생이 아닌 이상 학생 컨트롤하는 것도 정말 쉽지가 않다.


물론 이것저것 다 따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뭐있겠냐 싶겠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정보 한에서 최선을 선택하고 싶은게 인간의 본능이다.

이렇게 또 한 번 경험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한국어 강사는 내가 이미 그 업계에서 몇년간 일하고 있다.

부업이긴 하지만 끈기없는 내가 꾸준히 오래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잠을 줄여서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이다.


다만, 큰 단점이 있다.

불안정성, 그리고 돈이다. 내가 잘한다고 해서 많이 벌 수 있을까? 실력이 있어도 알려지지 않은 선생님은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수업을 잘해도 학생이 없으면 나의 벌이는 줄어든다.

그리고 계속해서 커리어 발전이 필요하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1인 사업과 비슷하다. 경쟁사회에서 끊임없이 나를 PR하고 실력을 키워야한다.


20대 초반의 나라면 주저없이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험이 많지 않던 20대 초반의 나는 이런걸 알리가 없다.

현실적으로 이제 30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계속해서 키워나갈만한 열정이 있나?

나는 결혼도 하고싶고, 애기도 낳고 싶은데, 일이 내 마음대로 될까?



인생이란게 참 신기하다.

학교생활, 해외취업, 대기업까지 20대를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다.

근데 그때의 꿈 많고 야망 가득하던 나는 이제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사기업을 2번 경험했는데 좋았던 기억보다는 괴로웠던 기억이 더 크다. 무슨일을 하던지간에, 무조건 잘해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이 어쩌면 나의 회사생활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제주도에 오면서 마음이 평안한 삶과 세상을 알게 되버렸다.

자연스럽게, 나는 적당한 직업과 적당한 벌이를 추구하는 그런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다.

이게 나쁘고 싫은건 절대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과 인생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뀐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강사를 직업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

때로는 좋아하는 걸 잠시 놓을 줄도 알아야한다. 그래야 그게 좋아하는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대기업 퇴사 후, 잘 지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