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만 봤던 짙은 오렌지 형광 호박을 직접 보는 느낌은 마법과 같다. 정말 저런 호박이 실제로 존재했었다니. 볼 때마다 할로윈의 마법에 걸린 느낌이다.
할로윈이 가까워지면 한 달 전부터 저런 호박이 집 앞 여기저기에 장식된다.
장식용으로 저렇게 호박을 낭비하는 게 믿기지는 않지만 미국 사람들은 호박 쓰레기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일 년 중 한번 할로윈 마법을 경험하는 게 그들 인생에 더 값지기 때문일까?
옥수숫대도 판다. 금방 시들어서 웬만한 쓰레기봉투에 넣기도 힘들 것 같은데...
각종 희귀하게 생긴 호박도 오렌지 형광 호박만큼 마법의 힘을 발산하고 있다. 마귀할멈의 곰보 얼굴과 같은 호박들이 꿈속에 나올까 무섭다.
이런 호박은 맛도 없을 것만 같다. 한국의 단호박이나 늙은 호박이 주는 깊은 맛을 미국 할로윈 호박도 머금고 있을까?
미국 마트는 거의 모두 다 꽃을 판다. 꽃가게가 아예 마트 안에 들어와 있는 경우도 많다. 가을을 상징하는 국화와 국화과에 속하는 다양한 꽃들이 노랑 형광 오렌지색 호박과 멋있게 어울려 있다.
형형색색의 국화꽃이 보기만 해도 기분을 가볍게 만든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국화꽃으로 인해 마음이 따스해진다. 이 국화꽃을 볼 때마다 지갑을 열였다 닫았다 한다. 너무 예뻐서 내 방안에 두고 싶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아 돈이 아쉬워진다. 그냥 사진으로 만족한다.
할로윈에 이런 투자를 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이 이해도 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다. 이런 호박과 국화꽃을 사면서 그들은 할로윈의 마법을 사는 것 같다.
장을 볼 수 없을 만큼 빠듯한 생활을 하는 어느 미국인의 가족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날 엄마가 꽃 한 송이를 샀다. 아이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돈 없어서 밀가루도 못 샀는데 웬 꽃이에요?"
미소를 지으며 엄마는 말했다. "밀가루 살 돈은 없어도 여유를 즐길 줄 알아야 하니까."
누군가는 이런 것들을 상업적 술수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이런 호박과 국화를 사서 어떤 경험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아직도 꽃 한 송이 사는 것이 두렵다.
그 꽃 한 송이 사는데 드는 돈 아껴서 뭐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