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ail의 진짜 의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자주 가지는 않지만, 박물관 벽에 걸린 명화 그림을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다. 괄호하고 detail이라고 쓰인 그림들이다.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은 것들이다.
저렇게 (detail)이라고 쓰인 그림도 있지만 이런 디테일 표시가 없는 그림도 있다.
나에게 디테일이란 뭔가 자세히 보는 것이다. 돋보기를 가지고 아주 자세히 부분 부분을 관찰하는 것이 디테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림이 그렇게 자세하고 세밀하게 그려진 것 같지도 않은 그림을 보고 detail이라고 한 것이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왜 다른 그림에는 detail이라는 표시가 없는 것인가?
오늘은 detail에 대한 나의 무식함을 천하 만민에게 공표하는 날이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detail은 바로 이런 그림이었다.
돋보기로 뭔가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난 이제껏 detail이라고 생각했다. 영어 사전에도 '세부사항'이라고 나와 있지 않은가! 나는 이 의미를 찰떡같이 순진하게 믿고 있었다.
영어의 detail 진짜 그림은 바로 이것이다.
디테일이 파인애플이라고? 그건 아니다. 디테일은 저렇게 하나로 완전한 것을 조각내는 것이 detail의 진정한 의미이다.
이것도 detail이다. 그러니 detail와 파인애플을 절대 연결시키지 말 것!
영어 detail은 프랑스어에서 태어났다. 그 의미는 "작은 조각, 작은 양, 나누다, 나누어 조각을 내다. 잘게 썰다"라는 의미였다. 영어도 이 프랑스 어원의 의미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 영어로 넘어오면서 프랑스 어원의 의미가 많이 사라지고, "세부사항, 사소한 일"이라는 의미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detail이 "특별 임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하지만, 프랑스 어원의 의미 "작은 조각, 나누다, 잘게 썰다"라는 의미를 기억한다면 영어사전에 나온 detail의 다양한 의미를 한 순간에 다 연결시켜 기억할 수 있다.
detail은 뭔가 원래 하나로 완전한 것을 잘게 써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완전한 것이 잘게 썰어진 작은 조각은 완전한 원본에 비해 덜 중요한 것이 된다. 그리고 원본보다 양이나 질을 비교했을 때 덜 중요한 것이 된다. 그렇게 때문에 "세부사항, 사소한 일"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림의 "세부 양식"이라는 의미도 원본 그림의 일부 조각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명화 카피 그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detail이라는 표시는 원본 그림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일부만 보여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옆에 작은 사진으로 원래 전체 그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거의 대부분을 보여주고 일부만 삭제한 그림이지만 원본 그림 전체가 아니라 원본에서 "나누어진 조각"이므로 detail이 되는 것이다.
detail 표시가 없는 그림은 그 그림이 원본 그림 크기 그대로라는 의미이다.
detail의 또 다른 의미는 "특파 부대, 선발대, 특별 임무"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어떻게 이런 의미가 detail에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특별 임무라는 것은 어떤 한 임무의 일부에 해당된다. 즉, 원본 임무의 조각 임무에 해당되는 것이다. 군대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지만 일에서도 사용되는 의미이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큰 일의 세부 임무라면 내가 맡은 일은 detail에 해당된다.
detail은 동사로도 사용된다. 보통 타동사로 많이 사용된다. 타동사는 주어가 목적어를 가지고 동사행동을 하는 것이다. 즉, 주어가 목적어를 가지고 '잘게 조각내는 일을 하다'는 것이다.
명사 "세부사항"이라는 의미에서 "상세히 알리다"라는 의미가 나온다.
The brochure details all the hotels in town.
"특별임무"라는 명사의 의미에서 " 특별임무를 부여하다"라는 동사가 생겼다.
They were detailed to search the building.
원본 그림의 일부라는 의미에서 detail은 부정적인 의미도 갖는다. 원대한 임무보다는 자잘한 임무라는 의미로 "차를 구석구석 세차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John got work detailing cars.
그런데 "구석구석 세차하다"를 의미는 "특별임무를 부여하다"라는 의미와 정말 상반되는 느낌이다. 이것이 영어단어의 큰 특징이다. 같은 단어가 어떤 경우에는 완전 좋은 의미로 쓰이고 어떤 경우에는 완전 안 좋은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