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선물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지인에게 작은 장미 화분을 선물했는데 오늘은 나에게 꽃 화분을 주었다. 봉숭아였다. 어릴적 엄마 집 앞에는 봉숭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잎과 이파리를 짖이긴 반죽에 백반을 갈아 넣고 열 손가락 봉숭아 물을 들였던 어린 내가 보였다.
꽃잎이 다 지고 나면 봉숭아는 씨앗을 맺는다. 봉숭아 씨앗은 어린 시절 나의 장난감이었다. 엄지와 검지로 살짝만 만져도 '팍'하고 갈색 씨앗을 사방에 터뜨린다. 물론 아직 영글지 않은 씨앗을 만지면 재미없다.
그런데 다시 보니 꽃잎이 고향집 봉숭아 꽃이랑 약간 다른것 같다. 미국물을 먹고 자라서 그런가.
해야 할 일 할일은 많은데 하기 싫은 마음만 가득이다.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는 다시 잘 해보자 하지만 똑같은 날이 반복된다. 깜짝 선물이 주는 기쁨은 한 순간 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난 어릴때도 행복하지 않았다. '더 열심히 살아야해'라는 강박관념으로 나 자신을 학대했다. 이런 세살 버릇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
'하마터면 너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 제목이 생각난다.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책 제목에 큰 감명을 받았다. '아~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구나.'
빛과 물 그리고 적당한 온도와 영양분만 있으면 봉숭아는 열심히 잘 자란다. 본인이 열심히 자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환경이 잘 맞으면 저절로 자라는게 봉숭아 DNA이다. 나도 봉숭아 DNA 처럼 살고 싶다.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갈 때 나를 채찍질 하기 전에 나의 환경을 되돌아보고 그 환경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DNA는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