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a Jul 08. 2023

미래를 보여주는 크리스탈 구슬: 뉴욕 알바니 스카이 뷰

홍쌤은 결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플라자 전망대를 못 보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감기에 걸리고 "돌아이"라 알려진 상사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비보를 듣고 마음이 더 착잡해졌다. 게으름을 조금만 덜 피웠더라도 홍쌤이랑 같이 전망대를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전망대까지 순식간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공짜라서 그런지 매우 낡아 보인다. 중간에 귀가 멍해 침을 한 두 번 삼켜주면 엘리베이터는 뉴욕 알바니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한다. 얼마 전 여름방학이 시작됐다더니 여기저기 중딩 고딩을 대동한 가족들이 몇몇 보인다.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창문 하나 하나로 보이는 광경을 하나씩  전부 찍는다. '나중에 한꺼번에 다 붙여서 홍쌤한테 보여줘야지'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금방이라도 울듯이 불만이 가득하다. 저 너머 허드슨 강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유유히 뉴욕시티까지 흐르고, 건물보다 더 많은 푸르른 나무는 콘크리트 숲 서울을 슬프게 생각나게 한다. 


회색 도로는 유명한 조각가가 만든 미술품처럼 우아하고 당당하게 제 집인 마냥 드러누웠다. 저 둥그런 원을 아침에 버스 안에서 한 바퀴 같이 돌았다. 그곳에서 바라본 이 전망대 건물의 웅장함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이 광경만큼 뒤지지 않는다.

'에그'의 둥그런 지붕이 덩그러니 솟아 나와 있다. 홍쌤이랑 처음 엠파이어 스테이트 플라자에 놀러 왔을 때 달걀이라 이름한 이 건물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다. 코로나가 이미 역사가 된 지금, 콘서트에 연주회에 에그는 매일밤 북적북적하다. 왼쪽 멀리 유럽에서나 볼 것 같은 뉴욕주의 교육청 건물이 우뚝 서 있다. 

[홍쌤이 뉴욕주 교육청 건물 앞에 선 나를 찍어준 사진. 나는 파란색 박스로 사생활 보호 중]


학교와 기숙사 밖에 몰랐던 나에게 알바니라는 세상을 알게 해 준 홍쌤과 첫 알바니 여행을 한 이곳. 박물관에 들어가 새 사진, 돌 보석 사진을 마구마구 찍었었지...


한국의 일상 속에서 일과 용감한 줄 모르고 용감하게 사투를 벌이는 홍쌤이 보인다. 

빨리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홍쌤한테 그런 생각하지도 말라고 했는데...

인간은 과거에 힘들었던 상황을 미화해서 생각하고 행복했던 사건은 덜 행복했다고 생각한단다. 나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들이 이미 홍쌤의 기억 속에서 무뎌지기 시작했겠다. 반복되는 야근과 무개념 상사의 괴롭힘의 현실이 홍쌤의 고달픈 신경세포를 한 시도 가만두지 않고 자극하겠지. 


그나마 한 가지 안심인 것은 이 알바니 스카이 뷰가 홍쌤에겐 과거가 아니다는 것이다. 과거가 아니니 미화하거나 축소할 필요가 없다. 미래 어느 날, 홍쌤이 이곳에 와서 직접 맨 눈으로 바라볼 광경이다. 미래를 보여주는 크리스탈이다. 


홍쌤, 

언젠가는 와서 직접 쌤이 볼 광경들이에요. 

느긋하게 보다가 출출할 때면 우리 집으로 가서 맛있는 스테이크 해 먹어요. 기숙사에서 같이 삼겹살에 된장 쌈 해 먹던 때가 그립네요. 한국에서는 이제 맛난 한국 음식 제대로 먹을 수 있어서 부러워요. 전 여기서 열심히 한국 짝퉁음식 만들어 먹으면서 기다릴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