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18)
그리고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있었어요.
낙엽에는 걸음이 밟아 검게 된 것은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길이 길을 이끄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의심했어요,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인지
나는 한숨을 쉬며 이것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어디선가 훗날에 훗날에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18번째 행입니다. 이제 먼 훗날 훗날에 시인이 뭐라고 말할지 그 내용을 말하는 순간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그리고 난...
에고, 이 시의 첫 행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내용은 어쨌든 김 빠지지만, 우리에겐 이득입니다. 우린 이미 첫 행을 암기했으니까요.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 wood.
하지만, 18행에서 시인은 숲을 노란 숲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숲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되겠죠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왜 노란 숲이라고 말하지 않는 걸까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훗날이기에 숲의 색깔을 잊어버린 걸까요. 아마도 이 시점에서는 숲의 색깔이 시인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난...
이건 그냥 아주 쉽게 생각하세요. '그리고'는 and '난' I
다 합쳐볼까요.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그리고 난...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18행이 생각보다 너무 쉽고 짧게 끝나버렸네요. 오늘은 19번째 행까지 같이 다룰게요.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
주어는 '나는'이고요 동사는 '택하였다'네요. '택하다, 선택하다'에 해당하는 단어는 choose, take가 있어요.
choose: 추구하다, 두 개 이상의 것에서 선택하다, 결정하다 시험하다, 수용하다
take: 와락 붙잡다, 움켜잡다, 가지다
시인은 두 개의 길 중에 하나를 선택했으니까 choose를 썼을 것 같네요.
하지만, 시인은 take를 선택했어요.

자신이 걷기로 선택한 길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거죠. 자신의 후손들에게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와락 움켜잡았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아요. 이제야 우유부단한 시인의 성격이 조금이나마 확고해진 것 같은 느낌이네요.
자신의 손자 소녀들에게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가 봐요.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
I took

시인이 선택한 것은 길입니다. 여기서 시인은 a road, the road라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미 우리는 이 시가 '길'에 대한 시라는 것을 질리도록 알고 있죠. 그래서 road라고 명확하게 쓰지 않고 이것을 대신 받아주는 one을 씁니다.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
I took the one
the라고 one앞에 쓴 이유는 정확히 어떤 길인지 설명할 것이므로 명확한 길이기에 the를 붙인 거예요.
어떤 길이냐면, 사람이 적게 간 길이죠.

사람이 적게 간 길
우리말로 하면 주어와 동사가 있는 또 다른 문장이 와야 합니다. 하지만 영어는 '분사'를 활용하여 주어를 생략할 수 있는 파워풀한 규칙이 있어요. 주어를 생략하고 동사에 ing를 붙이거나 동사를 과거분사로 만드는 거죠.

동사에 ing를 붙이는 경우는 주어 (길)가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가, 과거분사는 주어가 동사 행동을 당하는 거예요.
여기서 주어는 길입니다. 그리고 동사는 travel을 썼어요. (1연에서도 travel이라는 동사를 사용하고 있어요. ) 그러면 길이 travel을 당하는 거니까 과거분사가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travel 행동을 일으키는 주체는 '사람'인데 이것을 by라는 전치사를 사용해서 붙여줄 수 있습니다. (by의 기본 의미는 '근처'입니다. 근처에서 힘을 쓰는 이미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사람이 길을 걷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니까 by 뒤에 굳이 사람을 쓰지 않았어요.
by라는 단어는 꼭 필요한 단어인 걸까요. 꼭 필요하지 않아요. by를 쓰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요. 그럼 굳이 이 불필요한 단어를 쓴 이유는 뭘까요. 바로 16행과 라임을 맞추기 위한 의도인 것 같아요. 16행이 sigh로 끝납니다. sigh - by : 싸이 - 바이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
I took the one and the road was travelled by people
I took the one travelled by
'적게'라는 표현을 써야겠네요. 저렇게 쓰면 사람이 간 길을 택한 거니까요.
적게는 less.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적게'한 것은 'travelled'한 거니까 less는 travelled 바로 앞에 와야겠죠.
마지막으로 travelled 스펠링에 대해 의아하신 분들을 위해 말씀드려요. 이건 영국식 스펠링이에요.
*travlled :영국식
*traveled:미국식
로버트 프로스트는 미국인 아니었던 가요. 그래서 저도 깜짝 놀라서 찾아봤습니다. 프로스트는 미국 시인이 맞아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을 미국보다 영국에서 먼저 출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국 독자들을 위해서 스펠링을 저렇게 바꾼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