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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고장 난 날

by Sia

브런치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그동안 별 볼일 없는 나의 글은 하루에 5분에서 많으면 10분 정도의 독자들의 클릭을 받았다. 10명 정도의 고정 브런치 작가분들은 내가 글을 올리면 거의 즉각적으로 '좋아요'를 눌러주시며 나의 글쓰기 '차'가 계속 굴러갈 수 있는 기름을 항상 적당하게 부어주셨다.


처음에는 몇 명의 사람이 내 브런치 글에 관심이 있는지 너무 궁금했고 그래서 브런치 앱의 알림 설정도 켜놓았다. 하지만, 앱의 알림에 쉽게 중독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알림 설정을 꺼버렸다. 누가 나의 글을 좋아하던지 관심을 보이지 않던지 나는 나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브런치에 쏟아부으리라는 '순수'작가의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며칠 전 우연히 나의 브런치 통계를 보는데 브런치가 고장 났다.

단 하루 사이에 조회수가 이렇게 급상승할 수 있단 말인가. 브런치 웹사이트 통계가 고장 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4자리 숫자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한꺼번에 다섯 자리 조회수가 나오는 것은 뭔가 잘못되지 않고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잠시 시간을 두었다. 며칠 후에 보면 브런치가 오류를 수정해서 제대로 통계를 보내주겠지.


하지만, 숫자는 여전히 5자리로 그대로였다.

브런치가 고장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젠 또 다른 걱정이 나기 시작했다.

'올라갔으니 이제 내려오겠네.'


내가 잘해서 올라간 것도 아닌데, 조회수가 내려갈 거란 생각을 하니 왠지 기분이 나빴다. 간사한 사람 마음이 이리도 쉽게 드러날 수가.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생각 없이 살다가 '넌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아'라는 확증을 받았다. 기분은 좋지 않지만 나의 사람됨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겸손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나의 브런치 글이 단 한 명의 사람의 관심을 받을 때 억 명의 사람의 관심을 받을 때 보다 더 기뻐할 수 있는 인간이 되면 좋겠다. 단 한 명의 사람도 관심을 보여 주지 않을 때 브런치에 글을 써서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다는 것 만으로 기뻐할 수 있는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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