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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검도를 배우려면 무엇을 준비할까? (도복)

검도를 글로 배웠어요.

by 시골무사

자, 죽도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이제 도복을 입을 차례다. 검도복은 유도복만큼이나 개성적으로 생겼다. 특히 치마처럼 생긴 검도복 하의는 하카마(袴)라고 하는 일본 전통 복장의 바지다. 통이 유난히 넓어서 치마처럼 생겼을 뿐, "바지"다. 일본 전통 의상 중 여성용 하의는 치마 형태도 있다고 하지만, 검도복으로는 남녀 모두 바지를 입는다. 검도, 거합도, 합기도(아이키도), 궁도, 나기가타(언월도)술 같은 일본 전통 무술들은 모두 이것을 입고 수련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이다. 딱 하나,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검도복만의 특징이 있는데, 바로 “요판(腰版)”이 없다는 것이다. '허리를 받치는 판자'인 요판이 없는 대신 벨트로 찍찍이(velcro)를 사용한다. 지금까지 대한검도회에서 주관하는 심사, 시합에서는 요판이 달린 검도복을 착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사람이 만든 규정이다 보니, 착용을 허용하는 쪽으로 다시 규정이 바뀌었다. 앞으로 다시 요판 도복을 금지하는 쪽으로 규정이 바뀔지 아니면 허용하는 쪽으로 유지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찍찍이 벨트식 도복이 도입될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제였다. 어떤 식으로 해결되더라도 아마 불만 가진 사람이 나올 것이다. 게다가 예전부터 심사와 대회 때만 주의하면, 누구도 요판 도복을 입고 검도를 수련한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그 예로 요판 도복을 입고 검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다. (2023년 6월 1일, 대한검도회는 심의위원회에서 “요판 도복의 경우 자율로 하고 각종 대회 시, 대회 요강에 요판 도복 착용에 대한 제한사항을 삭제”하기로 하였다.)


규정이 바뀌든 말든, 요판이 있든 없든, 검도 도복 하의는 그것 외에도 특이한 점이 많다. 우선 남녀 불문하고 옆트임이 있다. 주름도 많다. 통이 엄청나게 넓다. 거의 발등에 닿고 복숭아뼈를 덮을 듯한 길이로 입는다. 그래서 내 발의 움직임이 상대에게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생각 외로 통풍도 잘되고 땀도 잘 흡수한다. 단점으로는 검도 수련 전후로 잘 개어 놓아야 입었을 때 옷태가 살아난다. 옷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다리에 잘 걸리기도 하고 이것 때문에 넘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주름선을 잘 살려서 도복을 개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빨래할 때도 주름선이 뭉개지는 것을 막으려면 잘 개고 접어서(!) 세탁기에 넣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손빨래를 고집 하는 사람도 많다.


대부분 처음 검도를 접하는 사람은 키와 허리둘레, 성별 등을 고려하여 적당한 치수의 도복을 골라 입게 된다. 가격도 저렴하고 천도 얇다. 염색도 잘 빠지지 않는다. 막 입어도 된다는 의미에서 “막 도복”으로 부른다. 막 도복은 주름을 신경 써서 정성껏 갤 필요가 없다. 아무리 길들이려 해도 길들지 않는 야생마처럼, 막 도복은 딱 ‘막 입어도 되는 수준’의 품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 정성껏 관리하지 않으면, 막 도복은 전형적인 검도복의 형태가 아닌 최악의 경우 ‘항아리 모양 치마’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세탁해서 도복에 소금기가 배어있거나 땀 냄새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더럽고 냄새나는 도복을 입고 검도를 하는 것은, 지도사범을 비롯한 상대방에게 무례한 행동이다.


검도복에는 막 도복 외에 수제도복이 있다. 수제도복은 흔히 만번도복이라 불리는데, 가로세로 각 1촌(寸, 3.03cm)의 정사각형 안에 씨줄과 날줄이 10,000번 만나는 면 소재로 만든 도복이다. 당연히 팔천 번, 구천 번, 만 천 번이나 만 이천 번 도복도 있다. 막 도복에 비해 가격도 보통 다섯 배 이상 비싸고, 관리도 어렵다. 도복을 한번 입고 난 후에는 반드시 주름을 맞춰 곱게 개어 놓아야 도복 본래의 자연스러운 매무새가 살아난다. 세탁도 주의해야 한다. 도복 특유의 인디고블루 천연염료로 염색하여 두세 번 세탁할 때까지는 계속 푸른 물이 빠지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당연히 손세탁해야 하고, 개중에는 도복 판매 시 미지근한 소금물에 잘 개어 놓은 채로 담갔다가 빼는 것만 반복해서 그대로 건조하라는 권장 세탁 방법을 첨부해서 판매하는 업체도 있을 정도다.


수제도복에는 아주 고가의 일본 브랜드와 비교적 중저가인 중국제가 있다. 아무래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제 수제도복의 품질이 우수하고, 비싼 만큼 맵시나 마감이 좋은 편이다. 수제도복은 아무래도 막 도복보다 두께가 두껍고 촉감이 부드럽다. 또 막 도복에 비해 자신의 체형에 가까운 도복을 구하기 쉽다. 검도 실력과 상관없이, 사람에 따라서는 입었을 때 막 도복보다 검도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닐 때도 있다. 어차피 패션의 완성은 얼굴 아닌가!


수제도복 외에도 검도복 중에는 땀이 금방 마르는 소재를 사용한 기능성 도복도 있고, 푸른색이 아닌 하얀색 도복도 있다. 어찌 되었든, 디자인은 모두 똑같다. 검도를 하려면 검도복을 입어야 한다. 그러나 비싸고 좋은 검도복을 입었다고 해서 모두 검도를 더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개 발에 편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당신이 듣든, 듣지 못하든, 당신을 두고 다른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요약해보자.

1. 검도복 중 가장 흔하게 접하는 도복을 막 도복이라고 한다.

2. 더럽거나 냄새나기 전에 세탁하고, 정성껏 관리하는 것이 검도를 하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예의다.

3. 막 도복이 헤질 때까지 열심히 수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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