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에서 마주친 소년

회상에서 느껴진 행복

by KimianJ

오랜만에 찾은 목욕탕.

생각해 보면, 나에게 목욕탕은 늘 뜨거운 열탕보다

차가운 냉탕이 더 기다려졌던 곳이었다.


요즘은 열탕의 온기를 즐기는 쪽이 더 익숙해졌지만,

괜히 한 번, 냉탕 앞에 서 본다.

차가움을 피하려던 발끝을 밀어 넣으며,

오래된 기억을 꺼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큰 결심을 했다.


들어선 순간,

바다처럼 넓고, 어쩌면 수영장처럼 느껴졌던 그곳.

어릴 적엔 있는 힘껏 물장구를 쳐도

물살은 중간쯤에서 멈췄다.

이상하게, 그 차가움은 즐거웠다.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같은 물줄기.

그 아래를 잠수해 지나가며,

마치 큰일을 해낸 사람처럼

“아,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어린 시절의 나.


수면 위로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쉰다.

팔을 두세 번 휘저으며

손끝이 벽에 닿는다.


폭포수 같던 그 물줄기는

이제는 가늘고, 조용해진 듯 느껴진다.

문득 정신 차려보니,

벌써 서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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