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도와주네요.
사실 꽃을 택배로 보내면, 리스크가 있겠죠? 저도 그 정도는 쉽게 상상할 수는 있었어요. 아무도 안 했던 건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택배로 꽃을 보냈다가,
1. 가는 도중 꽃이 시들면?!
- 아무리 남자 친구가 보낸 꽃이어도 '뭐야 헤어지자는 건가' 할 수 있고
2. 꽃 박스가 단단해도 종이니까, 김치 박스에 깔리면...
- '뭐야 진짜 헤어지자는 거였어?' 할 수 있고
3. 수분을 공급하는 물주머니라도 터지면
- '아...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야겠다' 할 수 있잖아요.
10년 전 그냥 공대생이 만든 플라워 박스였으니, 당연히 실수가 많을 거예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저는 제법 사람이라서요.
서초 우체국과의 미팅
이미 택배사 6곳이 다 거절했어요. '우린 그거 책임 못 져요'라고요. 당시 사무실은 강남구였는데, 이미 강남우체국에서도 '안 돼요' 하셔서... 사실 다른 구 우체국에 연락하면 월권? 같은 거래요.
그래도 일단 제가 살아야 하니깐, 저도 사람이니깐, 일단 서초 우체국에 몰래 전화를 드려 만났어요. 바로 물었죠.
'이 플라워박스, 희망이 있나요?'
근데 그분이 귀인이었어요. "대표님 걱정 마시죠. 저 잘 만나신 겁니다."
"제가 10년 전에 수박을 한국에서 제일 먼저 택배로 보내 본 사람입니다."
읭? 진짜?
제가 선구자를 만났어요. 택배계의 해버지 박지성 같았고, KPOP의 싸이 같았어요. 문익점느낌도 들고요.
"대표님 말처럼, 꽃도 택배로 받는 날이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분의 머리 뒤에 후광이 비쳤어요. 이래서 종교를 믿나 싶었어요.
* 적은 텍스트라도, 꾸까의 흔적을 남기려고 합니다.
* 꾸까 > http://www.kukka.kr '꽃을,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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