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탄생화 - 클레마티스
꽃말: 마음의 아름다움 · 나를 열어주는 열쇠
정원을 걷다가
오래된 철문 위를 타고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클레마티스를 보았을 때,
그 문은 아무 말 없이 나를 향해 조금 열리고 있었다.
마치 말 대신 마음을 건네는 것 같았다.
클레마티스는 덩굴식물이다.
손처럼 잎자루를 뻗어 무언가를 붙잡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오르며 햇살을 향해 나아간다.
그 모습이 꼭,
누군가의 마음을 조심스레 열어가는 과정과 닮았다.
이 꽃의 이름은 그리스어 klema에서 왔다고 한다.
덩굴, 나뭇가지.
무언가를 잇고, 감싸며, 의지하는 존재.
그래서일까.
클레마티스는 ‘마음을 여는 열쇠’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함부로 밀어 여는 것이 아니라,
신뢰라는 덩굴이 조심스레 뻗어나가
그 사람의 문을 천천히 열게 되는 것이다.
내가 닫고 지낸 누군가의 마음에도
클레마티스 한 송이처럼 조용히 손을 내밀 수 있다면.
그 마음의 열쇠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봄을 잘 살아낸 셈일지도 모르겠다.
꽃으로 여는 아침
탄생화 에세이 연재 | by 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