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언니가 키우는 화분이 있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놓여 있는, 묵묵한 다육식물
사각형의 두툼한 줄기들이 모여 숲처럼 자라고 있었다.
누가 봐도 선인장이라 생각할 만한 모습.
나도 그랬다.
한동안은 그냥 선인장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낯선 봉오리들이 줄기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살짝 붉은빛을 머금은 봉오리는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마침내 별처럼 커다랗고 화려한 꽃을 피워냈다.
노란빛 바탕에 자줏빛 줄무늬,
꽃잎 가장자리엔 가느다란 털들이 내려앉아 있었다.
손바닥보다 큰 꽃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꽃의 이름은 스타플리아(Stapelia gigantea).
보통은 고기 썩는 냄새로 벌레를 유인하는 ‘썩은 고기꽃’이라 불리지만,
언니의 화분에서 핀 이 꽃은 냄새 없이 고요했다.
하나가 지고 나면,
며칠 뒤 또 하나가 피고,
그 꽃이 질 무렵엔 또 다른 봉오리가 기다리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피고 짐.
그 조용한 순환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꽃은 화려함보다 지속되는 삶의 힘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언니는 시든 꽃을 조심스레 떼어내며,
새로 피어난 꽃에게 말을 건넨다.
“이번엔 더 크고 예쁘네.”
그 다정한 말 한마디가
이 집의 공기를 바꾸고, 하루의 온도를 높인다.
나는 그런 언니를,
그리고 그런 꽃을
참 좋아한다.
선인장인 줄만 알았던 식물에서
이렇게 커다란 별이 피어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름보다 먼저 감각으로 다가오는 식물들.
그들의 조용한 생애가 때때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 꽃에는 알려진 전설도, 흔한 꽃말도 없다.
하지만 꽃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의미가 만들어진다.
거대한 별처럼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이
"기다림 끝의 놀라움"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