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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그 향기 너머의 이야기”

가야의 꽃이야기

by 가야

“재스민, 그 향기 너머의 이야기”


어떤 향기는 순간을 멈추게 한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게 하고,
기억 저편에 잊고 지냈던 누군가의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쟈스민의 향기가 그랬다.


그리움이라고 하기엔 너무 맑았고,
기쁨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아련했다.


한 송이의 꽃에서 피어난 그 향기 속엔
수백 년의 이야기와, 수천 겹의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다.

쟈스민은 인도와 아라비아의 꽃이다.


그곳에서는 이 꽃을 신의 향기라 불렀고,
연인의 머리에 얹고, 신부의 베일 속에 감추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 속에서도
쟈스민은 늘 누군가를 향해 피어나 있었다.


사랑을 전하고, 기다림을 견디며, 말 대신 향기로 대화를 건넸다.

쟈스민의 꽃말은 ‘순결’과 ‘친절함’.


그 말들은 마치 이 꽃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다.


눈부신 흰색, 부드러운 꽃잎,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조용한 다정함.


나는 그 조용한 향기를 좋아한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오래 머무는 사람처럼.

예전엔 향기가 강한 꽃이 좋았다.


꽃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려주는 듯해서.


하지만 이제는 쟈스민처럼,
한 발 뒤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가 더 마음에 든다.


강하지 않아도, 충분히 다가오는 향기.
크게 말하지 않아도, 깊게 스며드는 사람.


쟈스민은 그렇게,
한 사람의 마음을 닮은 꽃이다.


순수하고, 다정하고, 오래 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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