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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가장 오래 머문 날, 하지

6월 21일 하지

by 가야

햇살이 가장 오래 머문 날, 하지


오늘은 태양이 가장 길게, 가장 높이 머무는 날.


하늘은 한낮을 오래 붙잡고,
그 안에 담긴 계절의 정점이 바로 하지(夏至)다.


내가 어린 시절 살던 시골 마을에서는
하지쯤이면 모내기가 끝나고, 보리는 마무리되고,
할머니는 우물가에서 수박을 차게 담가두셨다.

그 시절엔 왜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 흘렀을까.


한낮의 태양빛은 길게 뻗어
들판을 달구고, 우리 마음도 데웠다.


달걀을 세워 보며,
이 날의 기운이 특별하다고들 했다.


양기가 하늘 끝에 닿는 날이기에
그 기운이 모든 생명에 복이 되길 바랐다.

아이였던 나는
그저 달걀이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며,
엄마의 웃음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하지는 여름의 시작이자,
겨울을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절정은 언제나 다음 계절로 이어지는 문턱이다.


햇살이 가장 오래 머문 오늘,
우리 마음에도 조금 더 따뜻한 빛이 머무르기를.


당신의 여름이, 오늘부터
조금 더 반짝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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