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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탄생화 가막살나무

오늘의 탄생화

by 가야

《모든 꽃이 진짜인 나무 – 가막살나무 이야기》


초여름 산길을 걷다 문득 멈춰 선다.
햇빛을 받은 하얀 꽃들이 가지 끝에서 조용히 피어 있다.


너무 작고 수수해서 그냥 스쳐 지나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그 꽃에는 거짓이 없다.
모든 꽃이 ‘진짜’로 피어 있다.


가막살나무.
이름부터 낯설고, 다소 거칠다.


‘가막살’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없다.
하지만 ‘가막골’이라는 지명은 전국에 여럿 있다.


옛날에는 가마를 굽던 골짜기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이 나무의 열매를 ‘까마귀가 먹는 쌀’이라 하여
까막쌀나무라 불렀고,


그 소리가 줄고 변해 지금의 ‘가막살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한 세대쯤 이어져 축약된 신조어 같은 이름.
하지만 그 안엔 세월과 기억, 사람의 언어가 배어 있다.

가막살나무의 꽃은 작다.
하지만 진심만은 결코 작지 않다.


산수국처럼 가장자리에 장식꽃을 두지도 않고,
장미처럼 향기로 시선을 끌지도 않는다.


그저, 모든 꽃 하나하나가
스스로 열매가 되기 위해 피어난다.


가짜가 없다는 건,
자기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러나 나는 그 진짜만으로 이뤄진 꽃차례가
어쩌면 가장 고귀한 형태의 삶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을이 되면 그 꽃은
작고 단단한 붉은 열매로 다시 태어난다.


산호처럼 가지 끝을 물들이며
새들의 이른 아침 식사가 되고,
사람들에게는 깊은 산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예전엔 이 열매로 술을 담갔다고도 한다.


그 이름도 '가막살술'.


신맛이 돌아도,

입 안에서 오래 기억나는 그런 맛.


나는 이 나무의 전설을 하나 알고 있다.


옛날 가막골이라는 마을에
가마라는 이름의 소녀가 있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오빠와 헤어진 가마는
자라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남자가 잃어버린 오빠 칠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진실 앞에서 가마는 말하지 못한다.


죽음을 선택하며
“죽으면 가막골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이듬해, 그녀의 무덤 위에
하얀 꽃을 피운 나무가 하나 자란다.


그리고 그 꽃이 지면
방울방울 붉은 열매가 맺혔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나무를
‘가막골 가마의 나무’라 하여
가막살나무라 불렀다.

진심은 언젠가 열매를 맺는다.


말하지 못한 사랑도,
전하지 못한 마음도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피어난다.


그러니
세상에 헛된 꽃은 없다.


가막살나무처럼
모든 꽃이 진짜인 날을 살아가자.

가막살나무의 꽃말


결합, 나를 무시하지 마세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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