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정갈하게 키를 세운 채, 커다란 얼굴로 장마를 맞이하는 꽃.
한 송이 두 송이 피어오르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깊어졌다는 걸 알게 되지요.
처음 접시꽃을 화단에 심었을 땐,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이 꽃이 담장을 배경 삼아 한 폭의 풍경화를 완성해 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어느 날부터인가 잎사귀에 촘촘히 붙은 진딧물,
줄기를 휘감은 유충들,
다른 식물들까지 병들기 시작했지요.
“이렇게 예쁜 꽃이 왜 벌레들의 놀이터가 되었을까?”
속상한 마음에 끝내 결정을 내렸습니다.
접시꽃은 우리 화단에서 물러나야 했어요.
모든 꽃이 함께 잘 자라기 위해,
하나의 꽃은 때로 떠나야 할 운명을 안고 있는 걸까요.
그래도 그 꽃이 남긴 인상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키가 크고 넉넉한 그 모습처럼,
접시꽃은 어쩌면 우리에게 너그러움과 양보를 가르쳐주려 왔는지도 모르지요.
'평범함 속의 위대함'
접시꽃의 꽃말입니다.
화려한 향도 없고,
특별한 전설도 없지만
어머니의 마음처럼
조용히 곁을 지키는 꽃.
그런 꽃이었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