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꽃을 지키기 위해,
나는 그 꽃을 떠나보냈다.
접시꽃은 내가 참 좋아하던 꽃이다.
꽃대는 키가 크고 당당하며, 꽃잎은 부드럽고도 넓어
어디에 심어두어도 정원의 풍경을 바꾸어놓을 만큼 존재감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해 여름,
그 꽃은 더는 화단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진딧물이 들끓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부터는 참깨밭에서나 볼 법한,
새끼손가락만 한 녹색 벌레들이 무리를 지어 잎을 말고 갉아먹었다.
잎은 마치 두루마리처럼 말려 있었고,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들을 보는 순간,
나는 두려움과 혐오, 그리고 미안함 사이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살려둘 수는 없고, 죽이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해충을 잡아 없애는 건 식물을 키우는 이들의 일상이다.
하지만 그날 나는 알았다.
내가 식물을 가꾸는 일은,
단지 꽃을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살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접시꽃은 우리 화단에서 물러나야 한다.
꽃을 지키는 것보다,
다른 모든 생명과의 조화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별은 아쉬웠지만, 죄책감이 남지 않았다.
어떤 생명은 너무 예뻐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불러들이기 때문에,
결국 내 손에서 떠나야 할 운명을 안고 있다.
접시꽃이 내게 보여준 것은
‘꽃을 피우는 것’보다 어려운,
꽃을 놓아주는 마음이었다.
나는 여전히 접시꽃을 사랑한다.
화단은 비워졌지만,
내 마음에는 여전히 그 키 큰 꽃이 서 있다.
장마를 견디고
햇살을 받아들이던
그 의연한 꽃대와 넓은 꽃잎은
어쩌면 지금도 내 안에서
조용한 평화를 피워 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