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어느 여름 아침,
마당 가득 햇살이 번지기 전
가늘고 투명한 그 꽃은 조용히 피어 있었습니다.
나팔처럼 퍼진 그 보랏빛 꽃잎을 들여다보면
마치 밤새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해가 뜨자마자 조용히 시드는 그 모습은
마치 인사를 건네는 듯… 짧지만 진심인 인연 같습니다.
나팔꽃은 정해진 시간에 피고,
정해진 햇살 속에서 사라지는 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라 하지요.
사람의 마음도 종종 이 나팔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지만 분명히 피어난 감정,
다만 머물지 못하고 지나가야만 하는 마음.
어릴 적 운동장 펜스를 감아 오르던 그 보랏빛 덩굴,
혹은 여름 일기장에 눌러 말리던 꽃잎 하나.
그 시절 우리 곁을 스쳐갔던 감정들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요.
지금도 아침이면 나팔꽃은 말없이 피어납니다.
기억 속 누군가를 조용히 떠올리며,
또 다른 누군가의 여름을 물들이기 위해.
나팔꽃은 오늘,
그리고 매일의 아침을 열어주는 꽃입니다.
그 짧은 생애는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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