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여는 아침
7월 5일 탄생화 – 꽃창포
– 기다림의 연못가에서 피어난 우아한 마음
연못가에는 언제나 조용한 시간이 흐른다.
햇살은 물 위에 금빛 비늘처럼 흩어지고, 바람은 수면을 살며시 쓸고 간다.
그리고 그 고요한 풍경 속, 보랏빛 치맛자락을 펼치며 피어나는 꽃 하나.
바로 오늘의 탄생화, 꽃창포다.
꽃창포를 처음 본 순간, 마치 오랜 시절 무사의 부인이 연못가에 앉아
남편의 무사귀환을 빌던 전설이 떠오른다.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물가에 앉아 두 손을 모았고,
그 기도의 흔적처럼 보랏빛 꽃 한 송이가 조용히 연못을 채워갔다고 한다.
그렇게 피어난 꽃이 바로 꽃창포였다고.
지금도 일본의 전통정원에는 그 기다림의 정서가 담긴 꽃창포가 물가를 지키고 있다.
기다림은 슬픔이 아닌,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우리는 이 꽃을 통해 다시 배운다.
우리는 종종 붓꽃과 창포와 꽃창포를 혼동한다.
하지만 꽃창포는 분명히 다르다.
그녀는 붓꽃보다 크고 더 우아하며,
창포처럼 머리를 감는 데 쓰이지 않고,
오직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꽃이다.
물가에 서 있는 그녀는 기품과 고요함을 지닌 존재다.
그 자태만으로도 풍경을 완성한다.
꽃창포의 꽃말은 참으로 다정하다.
‘우아한 마음’, 그리고 ‘좋은 소식’.
마치 오래도록 기다린 편지 한 장,
그 속에 적힌 따뜻한 한 줄 같은 느낌이다.
세상은 늘 빠르게 돌아가고,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놓치고,
누군가는 그냥 멈추어 선다.
그런 우리들에게 꽃창포는 말한다.
“기다림도 결국 꽃이 됩니다.”
7월의 연못가,
햇살이 세차게 내리쬐고 세상의 소음이 커질수록
꽃창포는 오히려 더 조용히, 더 우아하게 피어난다.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의 굳은 결심,
누군가의 품위 있는 침묵,
혹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따뜻한 시선을 닮았다.
꽃은 말이 없지만,
그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가끔은 그런 꽃 하나가 필요하다.
너무 화려하지 않아도,
소리 내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꽃.
나는 오늘, 그 꽃을 만났다.
7월 5일, 꽃창포.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천천히 와도 좋다고,
당신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고
그녀는 조용히, 우아하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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