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월 7일 탄생화 – 서양까치밥(엘더플라워)

오늘의 탄생화

by 가야

♣ 7월 7일 탄생화 – 서양까치밥

― 여름의 끝자락에서 피어난 자비의 향기, 엘더플라워


여름의 들판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눈부시게 피어났던 꽃들은 하나둘 열매가 되고,
세상은 서서히 무성함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한다.


그때, 문득 고요 속에서 하나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눈에 띄게 강렬하지도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공기 전체를 맑게 바꿔버리는 듯한,
그런 향기.


그것은 서양까치밥,
엘더플라워의 조용한 인사였다.


서양까치밥(Elderflower)은 인동과에 속하는 작은 나무,
혹은 관목이다.


초여름부터 한여름 사이,
연한 아이보리빛의 작은 꽃들이
산방화서로 가지 끝에 다소곳이 모여 핀다.


그 모습은 마치 새하얀 레이스를 펼쳐놓은 것 같기도 하고,
보송보송한 구름 조각이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가까이 다가갔을 때 드러난다.


숨기듯 피어 있는 그 꽃은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를 머금고 있다.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허브 같은 상쾌한 느낌,
입 안 가득 맑은 물을 머금은 듯한 그런 향기.


그래서일까.
서양 사람들은 이 꽃의 향기를 잊지 않기 위해
차로, 시럽으로, 술로, 디저트로 남겼다.


영국의 여름을 대표하는 꽃차이자,
프랑스의 유명 리큐르 '세인트 제르맹'의 향으로도 유명한 꽃.


이토록 소박한 모습 안에
오랜 시간 사람들의 기억을 간직한 향이 숨어 있다.


엘더플라워의 꽃말은 ‘자비’다.
‘관용’, ‘치유’, ‘보호’라는 말도 함께 따라붙는다.


그 의미들은 단지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도 이 나무는 오랫동안 유럽 민간요법에서
사람을 살리는 약으로 쓰였다.


꽃은 발한작용과 해열작용이 있어 감기나 독감에 좋았고,
열매는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 식물로 알려져 있다.


꽃부터 열매, 잎과 껍질까지 버릴 것이 없는 식물.
하나하나의 존재가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함께 모이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 나무는 스스로 증명해 왔다.

북유럽 전설에서는
엘더 나무에 '엘더 여신'이 산다고 믿었다.


아이를 낳은 가정에서는 집 근처에 엘더 나무를 심고,
누군가 길을 떠날 때면 그 그늘 아래서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꽃 한 송이의 향기에,
한 그루 나무의 그림자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달래고 위안을 찾았다.


그 모든 시간이 흘러
이제는 조용한 향기만이 남았지만,
그 안에 담긴 자비의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

나는 가끔
엘더플라워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 앞에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조용한 향기로 누군가의 숨이 되어주는 존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곁에 있기만 해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슬픔을 식혀주고,


몸을 덥힌 차 한 잔처럼
지친 하루를 다정하게 감싸줄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7월 7일, 오늘 이 꽃과 함께 태어난 당신은
아마도 세상을 감싸는 향기가 될 사람일 것이다.


말없이도 마음을 전할 줄 알고,
아픔 앞에 조용히 손을 내밀 줄 아는,

그런 사람.


오늘 당신이 걸어가는 길 위에도
은빛 엘더플라워 한 그루가
자비로운 그늘을 드리우길 바란다.


그리고 그 향기 속에서
당신이 지켜야 할 마음이
조금 더 선명해지길 바란다.


― 자비는 향기처럼,
그 자체로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천일 동안 붉게 피는 마음(1) – 천일홍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