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조용히 고개를 숙인 꽃
한여름 햇살 아래,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피어나는 작은 꽃을 만났습니다.
그 꽃은 소란스럽지도 않고, 자기 자리를 과하게 주장하지도 않았지요.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면, 그 안에는 수줍고 단정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고,
그 조용한 태도는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꽃의 이름은 초롱꽃, 오늘, 7월 10일의 탄생화입니다.
초롱꽃은 **초롱꽃과(Campanul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Campanula punctata,
영어로는 그 점무늬에서 비롯된 이름 ‘Spotted bellflower’로 불립니다.
꽃잎은 종처럼 아래로 고개를 떨구고 피어나며, 그 안쪽에는 붉은 점들이 수줍게 찍혀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섬세한 세계를 품고 있지요.
이 식물의 원산지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이나 구릉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개화기는 대개 6월에서 8월, 한창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른 여름,
초롱꽃은 마치 저마다의 작은 종소리를 달고 태어난 듯, 바람이 불면 살며시 흔들리며 고요히 인사를 건넵니다.
꽃의 색은 연보라색이 가장 흔하지만, 간혹 하얀 꽃을 피우는 품종도 있어 더욱 맑은 인상을 주곤 합니다.
이 조용한 꽃의 꽃말은 ‘감사의 마음’ 그리고 ‘성실한 사랑’.
초롱꽃은 드라마틱한 고백보다는,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는 마음을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민간에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매일 언덕에서 기다리던 여인의 사연이 있습니다.
끝내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여인의 끝까지 변하지 않는 마음이, 오늘의 초롱꽃이 되어 우리 앞에 피어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롱꽃은 한 포기에서 시작해 몇 해만에 넓은 화단을 덮을 만큼 번식력이 왕성한 식물입니다.
햇살이 잘 들고 배수가 좋은 흙이라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자라며,
꽃이 진 후 생긴 씨앗으로 다음 해를 기약할 수도 있고,
가을 무렵 뿌리를 나누어 번식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단, 번식력이 너무 왕성한 탓에 다른 식물의 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적절히 간격을 조절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요.
꽃의 형태가 종을 닮았기 때문에 ‘초롱’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종 모양의 꽃잎 안쪽에 붉은 점이 박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간혹 초롱꽃을 옥잠화나 도라지꽃과 헷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초롱꽃은 향이 거의 없고, 줄기 끝에 아래를 향해 종처럼 피며,
도라지보다 잎과 줄기가 더 부드럽고 풍성한 잎이 바닥을 덮는 형태로 자라납니다.
나는 초롱꽃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조용한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묵묵히 기다리는 사람, 소란을 피우지 않지만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
감사의 말 한마디를 머뭇거리다 끝내 못 전한 어느 날의 나.
그래서일까요.
초롱꽃은 누구보다 강인하지만, 그 강인함을 드러내지 않는 꽃,
자기 몫의 빛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꽃으로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이 생일이신 분들께 초롱꽃을 건넨다면,
어쩌면 이 꽃은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 여전히 여기 있어요. 고맙고, 또 사랑해요.”
학명: Campanula punctata
영문명: Spotted bellflower
분류: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원산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서식지: 산지, 들판, 양지바른 풀밭
개화기: 6~8월
꽃 색상: 연보라색, 흰색
꽃말: 감사의 마음, 성실한 사랑
번식: 씨앗, 뿌리 나눔(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