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해가 뜨기 전, 채송화는 조용히 잠들어 있다.
이슬 맺힌 잎사귀 위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면
채송화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꽃잎을 연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낯선 사람 앞에서 수줍게 인사하듯,
말없이, 그러나 분명한 의지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다.
내가 처음 채송화를 알게 된 건 아주 오래전,
마당이 있던 집에서였다.
엄마는 여름마다 채송화를 마당 둘레에 심으셨다.
그리고 아침이면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는 해가 나야 피는 꽃이야.
해 없이는 절대 안 보여줘. 자기 마음을.”
나는 그 말이 그렇게 예쁘게 들릴 수가 없었다.
‘자기 마음을 보여주는 꽃’이라니.
그 말 한마디에, 채송화는 내 어린 시절의 가장 순수한 사랑이 되었다.
채송화는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메마른 땅에서도, 돌 틈에서도 꽃을 피운다.
물 한 방울 주지 않아도,
햇살만 있다면 찬란하게 웃는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 한 줌의 빛,
그것만으로도 피어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채송화의 꽃말은
**‘순진한 마음’, 그리고 ‘가련한 사랑’**이다.
햇빛이 없으면 결코 피지 않는 그 특성 때문에
이 꽃은 흔히 ‘일편단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바라보는 방향이 정해져 있는 듯,
하늘을 향해 수줍게 피어나는 그 모습이
언제나 한 사람만을 마음에 품은 소녀를 닮았다.
그래서일까.
채송화를 보고 있으면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떠오른다.
7월 18일.
오늘, 이 날의 꽃이 채송화라는 건 참 어울린다.
여름 햇살처럼 명료하면서도,
어딘가 수줍고 말간 감정을 닮은 사람들에게
이 꽃은 어쩌면 운명처럼 피어났을 것이다.
오늘이 당신의 생일이라면,
당신 마음 깊은 곳에도 채송화 한 송이가 피어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번잡함 속에서도 잃지 않은 순수와,
한 사람을 오래도록 기다릴 줄 아는 다정한 고요.
나는 오늘도 아침 햇살 속에서
작고 조용한 채송화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 꽃은 말없이 나를 닮았고,
어쩌면 당신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햇살이 있어야만 피는 그 마음.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고,
꽃은 그렇게 오늘도 고백한다.
이름: 채송화 (Portulaca grandiflora)
영문명: Moss Rose
과: 쇠비름과 (Portulacaceae)
원산지: 남아메리카
분류: 한해살이 다육식물
개화 시기: 6월 ~ 9월
꽃색: 빨강, 분홍, 노랑, 주황, 흰색 등
특징: 햇빛이 있을 때만 꽃을 피움
꽃말: 순진한 마음, 가련한 사랑
#브런치에세이 #채송화 #7월 18일 탄생화 #순진한마음 #가련한 사랑 #꽃에세이 #감성글쓰기 #꽃으로 여는 아침 #문학적 에세이 #탄생화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