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월 24일 탄생화 – 연령초

오늘의 탄생화

by 가야

7월 24일 탄생화 – 연령초

숲이 내어준 오래된 약속, 그 고요한 꽃


어느 날 문득,
이름조차 낯선 꽃 하나를 만났다.


‘연령초(延齡草)’.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이를 늘여주는 풀’이라니,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꽃은 한 편의 이야기다.


들꽃을 사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숲 속 그늘 아래 조용히 고개 숙인 이 꽃을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꽃잎이 셋, 꽃받침도 셋, 잎도 셋.
정갈하게 맞춘 삼각의 질서.
그건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균형의 문장 같았다.

연령초는 어떤 식물일까?


연령초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 끝에 둥글게 돋아난 세 장의 잎, 그 중심에서 꽃대가 솟아오르며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봄이면 흰색 또는 연한 녹색의 꽃이 피고,
계절이 지나면 빛바랜 핑크빛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듯한 색 변화도 보여준다.


주로 숲 속 그늘진 곳을 좋아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연령초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꽃이 아니라
자연 안에서 스스로를 다듬는 꽃 같다.

어디에서 피어나는가?


연령초의 학명은 Trillium tschonoskii.
'Trillium'은 라틴어로 '3'을 의미하는데, 이는 연령초의 삼방 대칭 구조를 그대로 닮아 있다.


학명의 뒤쪽 'tschonoskii'는 일본 식물학자 쓰노스키(Tschonoski)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 강원도, 경기도 북부 등의 숲에서
가끔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적한 숲의 오솔길, 바스락거리는 낙엽 틈을 지나
문득 고요히 피어 있는 연령초를 만나면, 마치 오래된 약속이 지켜지는 순간 같다.

연령초에 얽힌 전설


이 꽃에는 오래도록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깊은 산골에 병든 어머니를 모시던 한 효자가 있었다.


어머니의 병이 낫지 않자, 그는 산을 헤매며 약초를 구했고
마침내 한 송이의 신비로운 꽃을 발견하게 된다.


그 꽃이 바로 연령초.
효자는 꽃을 달여 어머니께 드렸고, 놀랍게도 병은 깨끗이 나았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풀을 연령초,
즉 ‘나이를 늘여주는 풀’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연령초의 세 잎이 사랑, 희망, 생명을 상징한다고 한다.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온전한 삶이 완성된다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삼각형이다.

꽃말에 담긴 뜻


연령초의 꽃말은 다양하다.

장수(長壽)

영원한 사랑

은밀한 기쁨


숲 속 깊은 곳에 피어난 이 조용한 꽃은
눈부시게 피어나지도, 세상을 향해 자랑하지도 않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피어나는 기쁨처럼,
그런 은밀한 행복을 전해주는 듯하다.

때로는 꽃이 말을 건네기도 한다.


“천천히 살아도 괜찮아. 느려도 괜찮아.”


연령초를 마주할 때면 그런 위로가 마음에 스민다.


세 장의 잎과 꽃잎이 균형을 이루며 피어난 연령초는
우리에게 삶의 속도보다,
삶의 균형과 조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바쁘게 지나치는 여름의 한가운데,
연령초는 조용히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숨 한 번 길게 쉬어가라고.


https://youtu.be/p7bsUZU_F_0?si=GeOFbz2F8wB1cDAh


#7월 24일 탄생화 #연령초 #연영초 #Trillium #숲 속야생화 #탄생화이야기 #장수의 꽃 #꽃말 #숲의 균형 #은밀한 기쁨 #자연의 위로 #가야의 꽃이야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7월 23일의 탄생화, 링커스터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