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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탄생화 - 선인장 전설과 꽃말

오늘의 탄생화

by 가야

가시 속의 꽃 – 선인장을 바라보며


언니네 집에는 선인장이 많다.
화분마다 작은 구슬처럼 모양이 다른 선인장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아이들은 말이 없고, 손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무심한 듯 조용히,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나는 사실 선인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 놀다가 선인장 가시에 찔린 일이 있었다.
깊숙이 박힌 가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끝이 따끔거려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이후로 선인장은 나에게 조금은 먼 식물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언니네 거실 창가에 놓인 선인장이
어느 날 불쑥 꽃을 피운 것을 보았다.


마치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건넨 듯한 순간이었다.
작고 단단한 가시투성이 몸 위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환한 꽃이 피어 있었다.


선홍빛, 연분홍, 하얀색…
그 꽃들은 낮에 피었다가, 어느 날 조용히 시들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선인장 꽃을 처음 본 그날 이후,
나는 가끔씩 생각한다.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꽃이 저런 몸에서 피어날 수 있을까?’

태양 아래에서 태어난 식물


선인장은 건조한 땅,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에서 자란다.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부터 멕시코 고지대, 미국 애리조나 사막까지—


그들은 극한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물 한 방울 없이도 살아남는다.

몸통은 두툼한 수분 저장소이고, 잎은 가시로 변해 수분을 지킨다.


밤에는 기공을 열어 숨을 쉬고, 낮에는 닫는다.
모든 구조가 ‘살아남기 위한 최선’으로 짜여 있다.
그러나 그 무심하고 거친 표면 속에, 꽃은 언제나 꿈처럼 숨어 있다.


신의 예언과 선인장


선인장을 신성시했던 아즈텍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신의 계시를 받는다.


“독수리가 뱀을 물고 선인장 위에 앉은 곳에 나라를 세우라.”


이 계시를 따라 그들은 지금의 멕시코시티,
그 옛날의 테노치티틀란에 정착했고,
그 장면은 오늘날 멕시코 국기 한가운데 그려져 있다.


선인장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었다.
신의 뜻을 전하고, 대지를 지키는 수호자였다.


또한 서양에서는 선인장이 ‘말 못 할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시로 자기 자신을 숨기지만,
마음 깊은 곳엔 여전히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살아 있다는 의미.


어쩌면 그것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지금의 내 마음을 닮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온 선인장 이야기


선인장은 어떻게 우리나라에 왔을까?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처음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초기에는 유리온실 속 식물로 귀하게 여겨졌지만,
1960년대 이후 가정집 화분 속 하나의 식물이 되었다.


특히 경북 칠곡군은 선인장 재배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곳에서는 식용 선인장, 약용 선인장은 물론,
다양한 관상용 선인장들이 꾸준히 재배되고 있다.

가시 속에서 피는 기적


가시투성이의 선인장 위에 피는 꽃은 마치 기적 같다.


선인장 꽃은 대부분 밤에 피고, 하루나 이틀이면 시든다.


짧고도 선명한 생애.
그래서 그 꽃은 더 애틋하고, 더 신비롭다.


어쩌면 선인장은 말한다.


“나는 쉽게 마음을 주지 않지만,
내 마음을 보여주는 순간은 누구보다 진심이야.”

끝내 키우지 못한 식물


나는 아직도 선인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가시에 찔린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그 기억은 늘 내 마음속의 거리로 남는다.


하지만 꽃을 보면 다시 흔들린다.


조용히, 깊이, 오랫동안 사랑을 준비해 온 식물의 속삭임.

어쩌면, 언젠가는 나도 다시 선인장을 키울지도 모른다.


그때는 꽃이 피기 전부터,
그 식물이 말없이 견뎌온 날들을
따뜻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https://youtu.be/El2zsOCpXCk?si=9PhmZTP8gpKMbM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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