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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 이야기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옥잠화의 밤


옥잠화 향기를 맡으며
옛날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깊은 산골, 달 밝은 여름밤.
물가에 내려온 선녀와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나무꾼.


그들은 서로를 알게 되었고,
조용한 숲 속의 연못가에서
그 해 여름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선녀는 다시 하늘로 돌아가야 했고,
그 자리에 남겨진 나무꾼은
하얗게 피어난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매일같이 찾아와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 꽃이 바로
‘옥잠화’였다.


창밖에는 지금,
그 옥잠화가 피었다.


은은한 향기가 밤공기 사이로 스며든다.
하지만 요즘 너무 무더워 창문을 열지 못했다.


향기를 들이지 못한 방 안은,
왠지 그 사람을 오래 기다리다 지친 마음 같았다.


옥잠화는 해가 지고 나서야 피는 꽃이다.


그 향기는 조용한 밤에 더욱 짙어져,
어둠 속을 더듬어 다가온다.


대부분의 꽃이 햇살 아래서 자신을 드러낼 때,
이 꽃은 어둠 속에서 조심스레 피어나
그저 향기로, 존재를 말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기다릴 뿐이다.

마치 옥잠화처럼.

꽃잎은 하얗고 곧으며,
모양은 마치 전통 옥비녀처럼 단정하다.


그래서 이름도 ‘옥잠화’
옥으로 만든 비녀 같은 꽃이라는 뜻을 가졌다.


중국에서는 선비의 고결함을 상징했다 하고,
어느 전설에서는 선녀가 잃어버린 비녀가 땅에 내려와
꽃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토록 은은하고 고요한 꽃을
사람들은 늘 어떤 그리움과 함께 떠올려 왔던 것 같다.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
향기처럼 맴도는 밤이다.


말로 하지 못하고,
손끝으로도 닿지 못할 그 마음을
그저 이 창문 너머로 날려본다.


바람이 분다면
그 향기도 함께 닿을 수 있을까.


옥잠화가 피었다.
그 향기를 따라 당신도
잠시 이 여름밤, 내 곁에 머물러 주기를.


오늘 밤 나는

밤새 뒤척이며

선녀를 그리워하는 나무꾼이 될 것 같아.

옥잠화

학명: Hosta plantaginea

원산지: 중국

분류: 백합과 비짜루 속

개화기: 7~8월

꽃색: 순백

특징: 해가 진 후 피어나는 향기로운 야화

꽃말: 은은한 아름다움, 조용한 사랑, 숨겨진 마음


https://youtu.be/OuqGk2mvBfA?si=_QJztl6tt0Khc7WY


밤이 깊어갈수록 향이 더 짙어지는 꽃,

그리움이 피어나는 시간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

옥잠화입니다.


*8월 15일 탄생화는 해바라기입니다. 해바라기 글이 중복되어 옥잠화 이야기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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