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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화 연재를 다시 하는 이유

왜 탄생화를 다시 쓰는가?

by 가야

프롤로그

꽃으로 여는 하루, 꽃으로 기억하는 1년


하루를 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차 한 잔의 향으로,
누군가는 달력 위 작은 글귀로,
또 어떤 이는 매일의 하늘빛으로 하루를 맞이하지요.

저는 그 자리에 ‘꽃’을 놓았습니다.


2022년 9월 11일, 네이버 블로그에 첫 번째 탄생화 이야기를 썼습니다.


매일 다른 꽃을 소개하고, 그 꽃말과 전설을 전하는 일은
생각보다 깊고도 긴 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글을 쌓아 올린 끝에,
2023년 9월 10일, 마침내 365일의 탄생화 이야기를 모두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이 허전했습니다.


브런치에 띄엄띄엄 올려둔 글들이 아쉬웠고,
뒤늦게 시작한 유튜브와 함께 다시금 탄생화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특별하게—ChatGPT의 도움을 받아,
블로그와는 또 다른 온도와 결을 가진 글로 풀어내기로 했습니다.


탄생화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했을까요?


저 역시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그래도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순천만국가정원’ 홈페이지의 탄생화·탄생목 목록을 기초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날짜와 계절이 전혀 맞지 않는 꽃도 있었고,
‘오늘의 탄생화’라 부르기엔 어딘가 어색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순천만국가정원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담당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저처럼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합니다.


며칠 뒤 다시 통화를 했을 때 들은 답은,
홈페이지 제작 과정에서 권위 있는 기관에 용역을 주어 목록을 만들었지만
그 기관이 어디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서양의 탄생화는
1~12월 ‘월별’ 단위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하루하루마다 다른 꽃을 배정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그 기원을 “로마인이 꽃을 이용해 생일을 축하한 풍습”에서 찾습니다.
그러나 ‘365일 탄생화’가 어떤 경로로 확정되었는지는 지금도 알 길이 없습니다.


탄생화 이야기를 쓰면서 아쉬운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중복된 꽃이 많았고, 계절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며,
우리에게는 생소한 꽃들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제게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가야님이 직접 365일 탄생화를 정해서 다시 쓰면 안 돼요?”


농담반, 진담반이었지만, 그 말은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유럽의 들꽃,
그리고 외면받은 우리 꽃들.


그러나 그것 역시 다른 나라의 식물과 문화를 배우는 과정이었기에
기꺼이 감내했습니다.


사진과 자료가 없어 막막했던 날도 많았지만,
다시 쓰는 이번 탄생화는 그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첫 번째 탄생화 연재가 전적으로 제 주관과 손끝에서 탄생했다면,
이번 글은 AI—ChatGPT의 생각과 정보가 담겼습니다.


AI의 도움을 받으니 필요한 자료를 순식간에 찾을 수 있었고,
글의 속도와 폭이 전보다 훨씬 넓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인간의 감성과 AI의 정보가 만나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재가 저에게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브런치 글의 내용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담아 함께한다는 점입니다.


영상의 문외한인 제가 서툰 솜씨로 만든 결과물이지만,
그 속에는 글과 영상을 함께 걸어가는 ‘소중한 동행과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글로만 피어났던 꽃이 화면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순간,
저는 또 한 번 그날의 탄생화를 새롭게 만나게 됩니다.

꽃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날의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나를 위해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오늘 하루, 이렇게 피어나도 괜찮아’ 하고요.

이 책은 1년 365일, 하루 한 송이의 꽃과 함께 걷는 작은 여행입니다.


꽃의 이름과 꽃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향기롭고, 조금 더 빛나기를 바랍니다.


오늘 당신의 탄생화는 무엇인가요?
그 꽃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는 이렇게 또 하루를 피워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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