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탄생화
시골집 뒤란,
돌담을 타고 마당을 뒤덮던 넝쿨이 하나 있었어요.
쑥쑥 뻗어 나가 이웃집 담장까지 넘어가고,
그 위에 별처럼, 해처럼,
커다란 노란 꽃이 피어났지요.
호박꽃.
어른들은 종종 그런 말을 하셨습니다.
"호박꽃은 겉만 번드르르하지, 열매도 안 맺어."
그 말은 곧 누군가를 평할 때의 비유가 되곤 했지요.
겉모습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별거 없다는 뜻으로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 처음 본 그 노란 꽃은,
제 눈엔 그 어떤 꽃보다 근사하고 당당해 보였답니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조용히 피었다가
한나절이 지나면 시들어버리는 호박꽃은
사실 하루만 피는 꽃,
일일화(一日花)예요.
그런데도 그 하루를
그토록 정성스레 피워내는 모습이,
저는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어쩌면
가장 짧은 순간에 가장 큰 찬란함을 피워내는 꽃,
그것이 호박꽃이 아닐까요?
호박꽃은 수꽃과 암꽃이 따로 피어요.
수꽃은 먼저 피고, 암꽃은 더디게 피지요.
암꽃 하나가 열매가 되려면,
수꽃의 도움과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해요.
그래서 호박꽃은
피었다 지고,
또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삶이 너무 쓸쓸해 보여
어른들 눈엔 허망해 보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그 하루의 피어남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그 꽃의 생애가 오히려 귀하게 느껴져요.
꽃이 짧게 피든 오래 피든,
그건 꽃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언젠가부터 우리는
‘호박꽃’이라는 말을
실속 없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처럼 써왔어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꽃에게도, 사람에게도
참 미안한 말이 아닐까요?
호박꽃은 자신이 피어날 수 있는 단 하루를
가장 화려하고 정직하게 살아내는 꽃이에요.
무언가를 숨기거나 꾸미지 않고,
햇살과 바람에 그대로 얼굴을 내민 채
피고 지지요.
그런 꽃을 향해
"너는 왜 열매를 맺지 못하느냐"
질책하는 건
그저 우리가 꽃을 이해하지 못한 탓일지 몰라요.
나는 호박꽃을 떠올릴 때마다
언제나 뜨거운 여름 아침의 햇살이 함께 떠올라요.
그 짧은 아침의 눈부심처럼
호박꽃도, 우리의 어떤 순간도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소중한 빛이니까요.
꽃은 하루를 피우고
나는 오늘을 살아내고
그 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겠지요.
호박꽃의 꽃말
· 겉보기만 화려함
· 과장된 아름다움
· 숨겨진 진심
https://youtu.be/mGMclAiHIWw?si=QO4Gw8JM0Ja9QG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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